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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인생의 베일 -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사랑은 항상 좋은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튕기는 여자가 인기있는 거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우리 삶 주위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키티과 월터는 그런 관계였다. 머리가 비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지만 월터는 키티을 사랑한다. 야망도 없고 별로 멋진 몸은 아니지만 사람 괜찮은 월터이지만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허영심 가득한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키티는 타운샌드를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건 이성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인생의 뒤흔들만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제길할 사랑, 사랑이다. 사랑 혹은 남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했던 키티는 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민음사 초콜릿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유혹의 다른 이름이며,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카카오 특유의 풍미와 중독성, 달콤함 속에 숨겨진 마력.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면 초콜릿은 지금처럼 매력있는 음식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뒷맛을 남는 쌉싸름함. 우리는 도리어 그 쌉싸름함을 잊지 못한다. 요리와 사랑, 섹스, 욕망이 뒤트러져 섞여있는 이 소설은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진 스프처럼 우리를 요리한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전통, 그녀를 사랑하기에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 딸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한편으로 부정을 저지른 어머니, 열정을 주체못하는 언니, 엄마의 욕망만을 배운 언니. 그 책에..
[런던스케치] 런던 스케치 - 도리스 레싱 지음, 서숙 옮김/민음사 모든 이야기가 뒤덮힌 음울하고 어두운 기운, 불편하지만 진실인 이야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으면서도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여러가지 모습의 사건이 불행이라고 불릴 수 있는 형태로 그려진다. 작가의 전면적인 이야기의 주도보다는 세밀하게 지켜보며 기록한 것 같은 세밀화의 느낌이다. 구겨진 슬리퍼, 냄새나는 쓰레기통, 거리를 헤매는 더러운 개, 찌그러진 담배꽁초가 보이는 런던. 런던이 이런 거라면 서울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만 했다. 언제적 런던을 그린 것일까. 하지만 지금의 런던에도 오늘의 서울에도 이런 일들은 일어난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도리스 레싱. 다섯번째 아이의 작가. 그제서야, 역시. 갑작스럽게 생긴 불행이지만 영원히 떨쳐내질 못..
[인간실격]인간은 무엇인가?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인간은 무엇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작품을 접한 건 처음이다. 언제나처럼 작가 약력부터 책 속 표지에 있는 작가약력부터 읽어내려가는데, 약력이 보통이 아니다. 소설가 중 보통의 약력을 가진 사람이 드문 건 사실이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유리알같은 심장의 소유자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야기의 시작. 사람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의 사진 세장. 타고나기를 남다른 성질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자의 파멸 이야기이고, 도무지 편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을 지속한다. 평소의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굉장히 힘들어하면서 읽는다. 사람이라는 건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아름답지 못한 모습, 그 불편한 모습을 마주한다는 ..
[할리우드 다이어리] 할리우드 다이어리 - 양진영 지음/동아일보사 좀... 뭐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이었어. 할리우드 성공 스토리도 아니고 할리우드 여행서도 아니고, 문화 기행도 아니고 에세이는 에세이인데 배우도 아니고 할리우드에 관심도 없는 나로써는 그리 흥미롭지도 재미있지도 멋지지도 않았어. 배우를 꿈꾸거나 혹은 새로운 시작의 길에 있는 사람이라면 좀 다른 느낌일 수 있겠지만 말이야. 표지랑 디자인만 봤을 때는 칙릿의 분위기였는데 막상 열어보면 성공스토리를 쓰려는 것 같기도 하고, 거기다 핫하게 쓴다면서 할리우디안의 모습, 생활에 대해 슬쩍슬쩍 보여주기도 했는데, 덕택에 더 정신없었지. 선택과 집중이 없어. 과유불급. 아, 원래 그런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인가? 글쎄, 그거는 알 수 없지만, 나한테 그냥 한번 쭈욱 읽..
[잘 자야 잘 산다] 잘 자야 잘 산다 - 이종우 지음/동아일보사 잠의 중요성은 잊을 만하면 뉴스에서 한번씩 다룬다. 몇시간은 자야 성장발육에 좋다는 둥,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등 한번씩 나오지만 잠자는 것보다 할 일이 많고 재미있는 게 많은 현대인들은 잠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일쑤. 충분한 수면을 하면 머리도 맑고 건강도 좋아지고 좋지, 좋은 걸 아는데 참 쉽지 않다. 이 책은 잠을 많이 자자 이런 내용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수면 장애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수면 장애인 줄 모르고 그냥 고질병이니 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치료를 받으면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흔한 수면장애인 코골이도 그 원인이 다양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 하다못해 보험에 대한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실려있어서 한번 쓱 읽어보면서 나는..
[나이들수록 멋지게 사는 여자] 나이 들수록 멋지게 사는 여자 - 마커스 버킹엄 지음, 김원옥 옮김/살림 카! 제목이 너무 멋있는데 내용은 그냥 뭐 그랬다. 여성 독자를 겨냥한 자기계발서이지만 내용은 크게 여성의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내가 결혼도 안했고 애도 없어도 공감이 별로 안가더라. 내가 생각하기에 여성 독자의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목적성과 동시에 공감이라는 요소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건 자기계발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긴 공감 요소가 부족하고 본인이 말하는 "강점" 계발에 대한 이야기만 세뇌를 시킬 것마냥 풀어놔서 되려 거부감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미국 작가가 쓴 책이라 우리의 현실에 잘 맞는 사례가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사람사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하지만, 공감을 사..
[너는, 나의 꽃] 너는, 나의 꽃 - 강진 지음/자음과모음(이룸) 몇년만에 읽어보는 순수문학 단편소설. 대학졸업 이후로 처음 읽는다. 대학 때는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읽었지. 한톨의 샘없이 꾹꾹 눌러담은 듯한 상황과 감성의 묘사, 몹시도 섬세하게 골라쓴 단어 하나하나. 그 장면의 작은 것 하나까지 꼭꼭 짚은 표현. 단편소설 작품에서 흔하게 드러나는 이러한 성향들을 너무도 오랜만에 마주한다. 낯설어. 그리고 갑작스러운 궁금증. 단편소설은 다 이렇게 쓰라고 정해져있나? 표현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한국단편소설이 주는 이런 느낌은 나만 그런 것인가,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인가? 단편집이지만 책 한권을 관통하는 공통적 인상이 있어서 다 다른 화자이지만 이 화자들간의 무언인가의 연결고리가 있다.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옴니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