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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10점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민음사

초콜릿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유혹의 다른 이름이며,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카카오 특유의 풍미와 중독성, 달콤함 속에 숨겨진 마력.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면 초콜릿은 지금처럼 매력있는 음식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뒷맛을 남는 쌉싸름함. 우리는 도리어 그 쌉싸름함을 잊지 못한다. 요리와 사랑, 섹스, 욕망이 뒤트러져 섞여있는 이 소설은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진 스프처럼 우리를 요리한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전통, 그녀를 사랑하기에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 딸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한편으로 부정을 저지른 어머니, 열정을 주체못하는 언니, 엄마의 욕망만을 배운 언니. 그 책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나마 존이지만, 그는 욕망을 거세한 듯이 보여서 도리어 이 이야기의 극점에 서있는 듯이 보인다. 막장의 끝을 달리는 듯한 이야기가 매력있는 것은 티타의 요리와 거기에 드러나는 그녀의 욕망이다. 사람과 슬픔, 욕정, 환희, 안타까움 등 그녀의 감정은 그대로 요리가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법의 가루를 탄 듯한 그녀의 요리, 그 요리와 인생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림과 작품 전체를 흐르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흐름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그녀의 요리 속으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책 전체에서 펄펄 끓는 초콜릿의 냄새가 나는 듯 하다. 그녀의 인생은 아름답지도 완벽하지도 부럽지도 않다. 하지만, 진짜 사람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주방에서 함께 서고 싶어질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