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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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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정체성 -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민음사밀란쿤데라 작품이라 최소 2번은 각오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는 쉬워서 1독만 하고 감상 남기기로 결정. 한번 더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들지만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읽어도 좋겠다 싶어서. 한번이라도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스들이 많다. 연애 이야기는 아니고 정말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정체성을 고민을 해야할 시기라고 배운 사춘기가 아니라 다 큰 어른, 아니 겉으로만 다 큰 어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체성의 고민은 혼자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규정되는 것이니, 가장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자발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인 사랑 조금 넓혀 우정 정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거의 유일한 ..
[나라노트] NARA NOTE 나라 노트 - 나라 요시토모 지음, 신희경 옮김/시지락 귀엽고 개성적인 일러스틱한 그림이 인상적인 요시모토 나라. 중고책을 잔뜩 사면서 눈에 띄어서 장바구니로 GOGO. 그의 일기와 그림들이 편하게 놓여있는 책. '실려있는'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고 그냥 얹어놓은, 어떤 계산이나 집필의 의도가 있기보다는 그냥 그랬어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독특한 그만의 그림 스타일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계기로 그의 삶이랄까 제작과정을 조금 엿본 느낌. 그림도 참 잘 실려있고. 읽기보다는 보는 책에 가깝고 보면서 왠지 뿌듯했던 책.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황매(푸른바람) 탐과 브래드가 연기한 치명적 매력의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가 생각나서 구입한 책. 저런 뱀파이어라면 언제든지 내 목을 내어주마 하는 마음이 들만큼 옴므파탈의 최고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도 완성도 있는 좋은 영화.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원작도 기대하면서도 또한 실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책은 역시 이건 옴므파탈로만 귀경지을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철학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고민들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죄의식이란 무엇인가, 살인을 한다는 것이 쥐를 한마리 죽이는 것보다 과연 더 나쁜 일일까, 사랑과 집착, 애증은 어떤 형태인가. 어둡고 음침하면서도 경이로운 존재로서의 뱀파이어. 내가 인터뷰를 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민음사 오랜만에 읽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몇년전에 전집을 팔아서 한 여섯권을 대량 구매해서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많이 친해진 그녀의 문장. 시크한 듯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이 맘을 끌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이 있어서 다른 책 사는 김에 같이 샀는데 역시 그녀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림도 예뻐서 동화책을 읽는 느낌. 추워지는 날씨에 만나는 낡고 따뜻하고 오래된 난로같은 이야기.
[일본소도시여행] 일본 소도시 여행 - 송동근 지음/시공사대학 때 잘하는 외국어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듣게된 아침 일본어 강의를 시작으로 일본과 인연을 맺은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오래되었구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국어이기도 하고 가까운 나라기도 해서 내 여권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나라 일본. 중국어를 잘하면 중국에 자주갔을 거 같은데 말이야. 내년에는 중국어 해야지. 일본은 안가본 데도 많지만 가본 데도 많다. 보통의 여행객들은 일반적인 여행지에 치우치는 것이 보통. 그건 누구나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몇번 가면 좀 지겨운 감이 없지 않아 생기기 마련. 그런 고민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책. 여행 정보가 굉장히 자세한 책은 아니고-이건 여행 정보..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 - 조항록 지음/푸른물고기 또 이런 책이냐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의외로 좋은 글에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여기 써 왔던 독서감상문을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뻔하고 그렇고 그런 얘기는 가차없이 까는 타입인데, 얘는 뻔하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속하는 데 깔 수가 없네. 일단 글이 좋고, 풀어가는 방식이 가르치거나 해라 식의 명령어가 아니라 그렇지 아니한가 의 공감을 구하는 표현에 있는 덕분인 것 같다. 이 책이 말하는 11가지 가치는 희망, 배려, 용기, 사랑, 관용, 집념, 책임감, 믿음, 양심, 자신감, 여유. 다 아는 것이고 다 이러려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되지 않는 것. 많은 책들이 이야기하지만 강요하는 듯한 표현에 내가 몰라서 안해냐는 반발(까칠..
[죽는 순간, 사람들이 바라는 것] 죽는 순간, 사람들이 바라는 것 - 트루디 해리스 지음, 정경란 옮김/브렌즈 좀 더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내가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죽음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지루했다. 30명의 말기암 환자들의 이야기이지만 하나같이 똑같다. 아주 편안하게 죽음을 대해고 삶을 잘 정리하고 하느님의 품으로 갔다.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그래서 나같은 범인들은 이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에 도무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디테일한 서술과 이야기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죽음이란 삶의 하나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죽고 있을테니 말이야. 이상적 모습은 아름답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않는다.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지음/민음사 도대체 뭔 이야기이야???? 왜 유명한 건지, 왜 고전에 포함된 건지 알 수 없다. 주인공 홀든의 행동과 생각이 주절주절 퍼진다. 혼자 맑고 순수한 것 같은데, 그건 니 생각이고- 이런 오래된 유행어가 떠오르는군. 사람들에게 섞이지 못하는, 아주 독특한 영혼을 가지고 산다는 건 진짜 피곤한 일이다. 사춘기 때는 다들 어느만큼은 그런 성향을 가지지만, 나도 그땐 나름 어른의 세계를 비판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고귀한(?) 내 영혼을 몰라주는 세상과 입시 현실에 개탄했었는데, 지금은 그냥그렇고그런 너무 평범해서 살짝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그런 회사원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야. 그런 시기와 과정은 사는데 꼭 필요하긴 하지만 얘는 좀 심해.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