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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을 파는 남자 -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거꾸로 보니 바로 보이는 세상.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너무 리얼해서 살짝 섬뜩했다. 나는 아직 집도 없고 차도 없으니 아직은 내 시간의 소유자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살며 먹고 입고 누린 것들이 아버지의 시간을 팔아서 얻은 것이라는 것이니 끔찍했다. 내 삶이지만 나는 순간부터 체제 속에 이미 팔려있는 것이며 내가 온전히 나의 주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알고 있기는 했으나 솜사탕처럼 뭉성뭉성한 상태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막대사탕처럼 정확하고 명확한 형태로 내 입안에서 와장창하고 씹힌다. 음모론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순간이다. 사는 건 이런 것인가? 경제학을 배울 때도 기회비용을 따졌다..
[거룩한 속물들] 거룩한 속물들 - 오현종 지음/뿔(웅진)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속물은 거룩한 거라구!!!!! 나는 대학 다닐 때까지는 속물 아니려고 했었는데, 요새는 빨리 인정하는 것일까? 뭐 내가 좀 늦된 편이니까. 지금은 확실히 속물임을 인정하지만, 역시 편한 사람이 아니면 아닌 척~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요새 이런 자조적 이야기들이 많이 공감을 얻는 것이 참 슬프다. 사실이며 진실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꿈꾸듯 헛바람이 좀 빵빵이 들어차야 행복했던 젊은 시절이라는 추억이 남는데, 치열한 사회의 모습을 너무 빨리 깨쳐버린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요새는 10대 아이들도 욕망과 현실에 솔직한데 20대에 이러지 않으면 뒤쳐지는 거겠다. 그래도 자신의 현실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며, 결론적으로 꿈을 위한 ..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자서전 -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황매(푸른바람) 먼저 고백부터. 나는 체게바라 전기를 읽지 않았으며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나한테는 그냥 티셔츠의 이미지이며 잘생긴 혁명가라는 인식 정도만 있다. 언젠가 한번을 체게바라 전기를 읽어야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딱히 마르크스 주의자도 아니고 혁명가도 아니지만 체게바라는 누구한테나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좀 알아야되는 사람. 지난번에 중고책 구입하면서 자서전도 같이 판매하고 있어서 한번 사봤다. 근데, 자서전도 쓴 사람이었어 하며. 이 책은 체게바라의 각종 편지글이나 자전적 글들을 모아 만든 사후 편집형 자서전이었다. 이런 형식의 자서전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책을 다 읽었지만 스토리가 명확하..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지음/민음사 전형적 연애 소설의 고전. 요새의 할리퀸의 시작이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싶다. 폭풍의 언덕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예전에 몰랐던 고전소설의 맛을 이젠 좀 알게 되었다. 순수한 이야기의 전형이 가져오는 평범하지만 친숙한 감성 때문에 공감하는 그런 매력이 있더군. 어릴 때는 유치하다는 감상을 날리며 이 따위 책들이 왜 고전으로 추앙받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으나, 지금은 그런 유치한 이야기들에 낄낄거린다. 이야기라는 것의 원형을 가지고있는 것이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이 책은 밝고 빛난다. 봄이라 그런가, 나도 이런 사랑~ 이라는 쓸데없는 신데렐라 꿈도 꿔본다. 감정에 있어서는 순수하지만 다들 결단력없이 우유부단해서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
[폭풍의 언덕]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민음사 폭풍의 언덕은 어릴 때 '뭐 이런 사이코같은' 이라고 생각을 하며 읽었었다. 연인관계도 근친상간이고, 주인공들은 선인지 악인지 다들 미친 얘들같고 마음 속에 숨겨야 할 것같은 악마적 기질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 게다가 그 폭풍의 언덕이라는 배경조차 불유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밝고명랑하고유쾌하고즐겁고 와는 정반대 쪽에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재밌었다. 그들의 행동 속에 인간의 본질과 욕망의 솔직함을 엿본 게 아닌가 싶다. 그들 속의 이글이글한 사랑과 욕망, 불타는 복수심이 나 잘났소하는 성공스토리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런 거 같다. 남들 잘나가는 얘기보다 남들 힘든 얘기, 고생한 얘기가 답답하..
[돈키호테] [중고] 돈키호테 - /시공사어릴 적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바보 기사였다. 우직한 산초만 맨날 고생하고. 그 바보같은 아저씨 이야기를 만화나 아니면 얇은 동화책에서 보면서 이해는 안되지만 웃기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일단 두께부터 만만찮아서 책을 집어든 순간, 얼마나 바보짓을 하고 돌아다녔기에 돈키호테가지고 이 정도 이야기가 나올까 했는데, 그의 바보짓에는 범주가 없나보다. ㅎ 돈키호테는 원작이라고 우기는 책들도 많고 이야기속의 이야기 구조가 많아서 어느 것이 세르반테스가 진짜로 쓴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긴하지만 재미있는 책인 건 분명. 기승전결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설화나 민담을 모아놓은 느낌의 이야기 속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현대소설과 고대소설의 경계에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자..
[딱한번인.생] 딱한번인.생 -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녹색문고요새 공감 개그가 뜬다고 하지. 이거 총합 버전이다. 씁쓸한 인생을 사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가슴이 아프면서도 사느는 건 이런 게 아니냐며 끄덕거리게 된다. 납득할만한 통계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각종 이야기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자라나는 꿈많은 어린이들은 읽지 마라. 너무 현실을 빨리 알면 그마나 가진 일주일의 행복마저 줄어들지도 몰라. 결혼하고 아이도 조금 키워놓은 40대 분들이 제일 많이 공감할 거 같고, 사실 대한민국을 사는 분이라면 누구나 내 얘기라고 말할 이야기.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 조용훈 지음/효형출판작년에 읽었던 로마여행기랑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계속 전공 서적을 읽는 듯한 기분에 묘하게 찜찜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글의 진행이나 문체는 참 옛 생각이 나게 하더구만. 문학 비평하시는 분들 글은 다 그렇게 쓰라고 가르쳐주는걸까? 어쩜 그렇게들 비슷비슷. 의외의 점에서 신기함을 느꼈다. 인문학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국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본 그림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들은 내가 볼 수 없던 시선으로 작품을 본 거라 흥미로웠으나, 대학 때도 잘 안 읽던 문학비평서를 읽는 기분은 별로... 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아니니까. 그림에 대한 해설서나 여행기라기는에는 내용이 너무 적고, 저자의 시선으로 본 몇몇 인상깊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