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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GO -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몇 년전에 영화로 봤던 작품. 영화화된 작품들은 태생적으로 영화와 원작 중 뭐가 낫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작품은 드문 케이스로 둘다 좋고, 둘이 표현하는 감성이 거의 비슷해서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생기있고 통통 튀는 주인공과 그 주위를 둘러싼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에다 하염없이 빠져드는 첫사랑. 개인적으로 영화에 폭력적이거나 피가 난무하는 건 징그럽고 무서워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GO는 예외로 '스기하라 멋지다', '남자라면 저 정도 박력'이라며 흥분했던 거 같다. 사실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정당성에는 물음표 백만개이지만, 그것을 통해 발산되는 그의 박력과 젊음이 가져오는 열기에 매혹당한다. 책 읽으면서도 감성에 너무 공감해서 지하철에서..
[투자의 여왕1] 투자의 여왕 1 - 이종범 글 그림/키위스톤북스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만화책. 2권은 어떨지 모르지만 1권에는 재테크 관련 기사에서 많이 봐왔던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다 아는 이야기라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렇게 어려운 개념들도 아니었고, 사실 그냥 글로 줄줄 설명한다면 1권 내용이 a4 한장도 안나올 거 같은데 뭘 그리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루하지 않게 읽기는 했지만, 효용성 면에서는 좀... 정말 사회 초년생-월급받은 개월 수가 자기 손가락보다 적은 사람-이라든가, 그동안 재테크 따위는 남의 나라 얘기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다. 그러나 기초적인 부분이라서 재테크 기사 몇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굳이 새로울 건 없는 이야기.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예전부터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읽을 기회가 없다가 최근에 책을 손에 넣었다. 구매하기는 좀 그렇고 궁금하기는 해서 빌려볼까 했는데 인기도서라 빌려보기는 좀 힘든 그런 책이었던 것. 그래서 결국 사긴 샀다. 첫사랑 같은 책이었다. 순수한 사랑, 가슴 깊이 맑고 투명해지는 느낌. 보이는 형태는 비뚤어져있고 뒤틀려있지만 그 안에 있는 마음같은 건 진짜같아서 왠지 반하고 말았다. 늘 느끼지만 예술이란 현실성의 기반에서 붕 떠있을 때 되려 진심으로 쿵 다가오는 것인가 보다. 하긴 구구절절 지지고 볶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고 하고 있는 걸 뭐.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 테니까.
[흐린세상 건너기 이외수 감성 모자이크] 흐린 세상 건너기 - 이외수 지음/생각하는백성 한마디로 잠자기 전에 읽으면 좋을 책. 아, 졸리다는 뜻이 아니라 짧은 글 모음이라 읽다가 끊겨도 상관없고, 삶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 하루를 반성하며(반성씩이나???) 사색하기 용으로 좋다. 예전에 한창 히트를 쳤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류의 진정한 행복과 인생에 대한 고민과 공감이 있는 글들이 모여있다. 나는 별로 이런 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만, 중간중간 공감가는 글들을 혼자 빵 터지기도 했다. 요새 유행하는 공감 개그의 조금 우아한 버전같은 그들도 꽤 많았어. 이외수라는 이름이 책에 떡하니 박혀있어서 다 이외수의 글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요건 약간 상술적 느낌이 나기도 함), 그의 글들도 약간 있고 그분이 추리셨는지,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추렸는지 ..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민음사 토마스 만 단편선. 단편들은 짧은 글 속에서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의 특성이 어떤 면에서 효율적으로 드러나는 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토마스만의 '마의 산'을 읽지 않았다. 도무지 읽은 게 없구만. 암튼, 이 책은 주인공들이 묘하게 닮아있고 같은 면에서 비뚤어져 있으면서도 균형을 오랜시간동안 잘 잡고 있다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계속 아슬아슬했다. 균형을 잡기위한 바도 없이 정말 끝도 보이지 않는 기나긴 외줄을, 그것도 언제 바람이 불어올 지 모르는 강에 걸쳐진, 걷고 있는 걸 고개를 쳐들고 불안한 심정으로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 불균형이, 한편으론 한 가지 면에서 몹시 뛰어나서 생기는 것이어서 전에 미..
[고등어를 금하노라]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지음/푸른숲 어릴 적에 보았던 일본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주인공인 '신념'이라고 대답했던 씬이 떠오른다. 거창하게 들리는 이 단어는 거창하기보다는 정직하고 진심이 담긴 단어였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가 아닌 사는 삶. 다들 그렇게 살고자 하는데 왜 잘 안될까? 너무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걸까, 고집이 약해서 그런걸까? 가족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았다. 옳다 그르다의 관점이나 백점 만점을 기준으로의 판단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행복. 지지고 볶고 싸우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사랑과 행복을 위한 고집이 있고 노력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참 아름답다. 좋아보인다는 말이 절로 나올 듯. 그렇다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진..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민음사 톰과 헉은 어릴 때 만화로 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정신없이 모험이랍시고 돌아다니는지라, 공감이 가진 않았다. 사내 아이들의 이야기라 더욱 그랬을 듯. 심심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 듯 싶어 골라 들었는데, 대신 정신은 없더라. 얘들이 왜 이렇게 성격이 다중적이며 바보같고 또는 교활하며 보통의 세상사와 다른 면에서 반응하는 것일까? 그들의 악마적 면이나 개똥만도 못한 모험 정신은 재밌다기 보다는 짜증스럽고 불쾌했다. 내가 알고 있는 '천사와 같은' 아이들은 없고 사기꾼같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하는 그런 정말 속까지 못된 녀석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좋은 일을 하고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열린책들 고전스럽게 문장이 길긴 했지만, 내용이 재미나서 ㅋㅋㅋ. 삶의 철학이란 역시 책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삶에 얻어지는 거였다. 아는 것과 진짜로 아는 것이 다른다는 것은 20대 중반이 넘어서 겨우 깨달은... '깨달은'은 적정한 표현이 아닌 것 같고, 어설프게나마 살짝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조르바의 철학이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고 그것에 흔들림없이 나가는 그의 자세는 맘에 든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진정한 자기 철학에서 얻어지는 것이겠지. 그냥 사니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자 하는대로 사는 그런 삶. 원래는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지금은.. 나름 자유롭긴 하지만 역시 완전 자유인은 쉽게 되는 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