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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헤르메스의 기둥 1 - 송대방 지음/문학동네 책 추천평에 있는대로 지적인 소설이다. 미술사와 서양사의 배경 지식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책. 나는 그렇게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못되는지라 그림에 대해서 막 이것저것 해설하는 내용이 나올 때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잘 모르는 얘기를 계속 주절주절 하니까 이건 뭐. 그림 해석과 그 알레고리를 연결하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소설 전체의 구성은 그리 탄탄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림에 대한 많은 해석과 해박한 지식이 담겨 있다는 거 자체가 내 마음을 끄는 소설. 게다가 국내 작가 썼다는 건 좀 의외.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우리 작가들이 많이 쓰는 장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외국 소설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내용을..
[자살가게] 자살가게 -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열림원 제목이 재미있어보여서 덥썩 구입. 제목만으로는 어둡고 쓸쓸하지만 문장력이 살아숨쉬면서 좀 어렵고 이럴 느낌이었는데, 거의 이라부 수준이었다. 이라부 보다는 기발함의 디테일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발상 자체가 재미있고 그것을 뒤집어가며 희망을 물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설득력이 있거나 변화를 보여주는 탄탄한 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내용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런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늘 옆에 있다면 정말 '시나브로' 변해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사람만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없는 거니까. 기대하지 않았던 유쾌한 이야기가 즐거웠다.
[정체성] 정체성 -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민음사밀란쿤데라 작품이라 최소 2번은 각오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는 쉬워서 1독만 하고 감상 남기기로 결정. 한번 더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들지만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읽어도 좋겠다 싶어서. 한번이라도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스들이 많다. 연애 이야기는 아니고 정말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정체성을 고민을 해야할 시기라고 배운 사춘기가 아니라 다 큰 어른, 아니 겉으로만 다 큰 어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체성의 고민은 혼자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규정되는 것이니, 가장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자발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인 사랑 조금 넓혀 우정 정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거의 유일한 ..
[나라노트] NARA NOTE 나라 노트 - 나라 요시토모 지음, 신희경 옮김/시지락 귀엽고 개성적인 일러스틱한 그림이 인상적인 요시모토 나라. 중고책을 잔뜩 사면서 눈에 띄어서 장바구니로 GOGO. 그의 일기와 그림들이 편하게 놓여있는 책. '실려있는'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고 그냥 얹어놓은, 어떤 계산이나 집필의 의도가 있기보다는 그냥 그랬어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독특한 그만의 그림 스타일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계기로 그의 삶이랄까 제작과정을 조금 엿본 느낌. 그림도 참 잘 실려있고. 읽기보다는 보는 책에 가깝고 보면서 왠지 뿌듯했던 책.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황매(푸른바람) 탐과 브래드가 연기한 치명적 매력의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가 생각나서 구입한 책. 저런 뱀파이어라면 언제든지 내 목을 내어주마 하는 마음이 들만큼 옴므파탈의 최고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도 완성도 있는 좋은 영화.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원작도 기대하면서도 또한 실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책은 역시 이건 옴므파탈로만 귀경지을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철학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본질적인 고민들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죄의식이란 무엇인가, 살인을 한다는 것이 쥐를 한마리 죽이는 것보다 과연 더 나쁜 일일까, 사랑과 집착, 애증은 어떤 형태인가. 어둡고 음침하면서도 경이로운 존재로서의 뱀파이어. 내가 인터뷰를 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민음사 오랜만에 읽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몇년전에 전집을 팔아서 한 여섯권을 대량 구매해서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많이 친해진 그녀의 문장. 시크한 듯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이 맘을 끌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이 있어서 다른 책 사는 김에 같이 샀는데 역시 그녀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림도 예뻐서 동화책을 읽는 느낌. 추워지는 날씨에 만나는 낡고 따뜻하고 오래된 난로같은 이야기.
[일본소도시여행] 일본 소도시 여행 - 송동근 지음/시공사대학 때 잘하는 외국어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듣게된 아침 일본어 강의를 시작으로 일본과 인연을 맺은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오래되었구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국어이기도 하고 가까운 나라기도 해서 내 여권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나라 일본. 중국어를 잘하면 중국에 자주갔을 거 같은데 말이야. 내년에는 중국어 해야지. 일본은 안가본 데도 많지만 가본 데도 많다. 보통의 여행객들은 일반적인 여행지에 치우치는 것이 보통. 그건 누구나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몇번 가면 좀 지겨운 감이 없지 않아 생기기 마련. 그런 고민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책. 여행 정보가 굉장히 자세한 책은 아니고-이건 여행 정보..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 - 조항록 지음/푸른물고기 또 이런 책이냐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의외로 좋은 글에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여기 써 왔던 독서감상문을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뻔하고 그렇고 그런 얘기는 가차없이 까는 타입인데, 얘는 뻔하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속하는 데 깔 수가 없네. 일단 글이 좋고, 풀어가는 방식이 가르치거나 해라 식의 명령어가 아니라 그렇지 아니한가 의 공감을 구하는 표현에 있는 덕분인 것 같다. 이 책이 말하는 11가지 가치는 희망, 배려, 용기, 사랑, 관용, 집념, 책임감, 믿음, 양심, 자신감, 여유. 다 아는 것이고 다 이러려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되지 않는 것. 많은 책들이 이야기하지만 강요하는 듯한 표현에 내가 몰라서 안해냐는 반발(까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