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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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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만난, 즐거운 발견]오만을 벗고 스리랑카 건축을 보다 우연에서 만난, 즐거운 발견 - 안종현 지음/토야네북스 건축에 대한 관심은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은 솔직히 취미라고 말하기 무안한 정도로 미술관 방문이 줄어들었지만 한동안 그래도 열심한 미술관에 다니고 심지어 미술사 스터디까지 할 때가 있었다. 스터디는 내년 중에 다시 시작하고 싶긴 하다. 나의 많은 편견을 깨고 내가 좋아하는 잡지식을 채우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건축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대로부터 건축은 인류의 예술적 노력의 집결체였다. 그렇기에 흥미있지만 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건축학도로 코이카로 건축봉사를 떠난 저자의 스리랑카 건축이야기이다. 소위 말하는 후진국, 혹은 못사는 나라의 건축에 대한 편견과 오만의 생각을 내려놓고 자연과의 경계..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세 남자의 좌충우돌 여행기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권순호.이경욱 지음/청하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 이다." 이 말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백배 동감하는 바이다. 물론 어디가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어디에 따라 누구가 달라지는 것이 여행이니 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곳이다. 지난 번 손미나 작가의 강의 때는 그 순례길을 한국의 2,30대 젊은 처자들이 그렇게 자기를 찾겠다며 걷는다고 한다. 그 길에 답이 있는지 없는지는 걷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답을 찾는 진지한 성찰에 빠진 여행자들에게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 단연코 아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
[남아공 무지개 나라를 가다]언젠가의 남아공 여행을 꿈꾸며 남아공 무지개 나라를 가다 - 이기중 지음/즐거운상상 지난 주에 중고서점에 잠깐 들렸다가 남아공 관련 책이 있어서 하나 샀다. "[반지루 프로젝트ㅣ시작! 2012] #28 사파리 여행하며 사자랑 기린보기"를 미리 준비하는 겸 책 자체도 흥미로워 보였다. 바즈 버스로 게스트하우스를 누비며 남아공을 여행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실려있다. 남아공 여행은 치안 문제와 인종 차별 문제로 선뜻 내키는 곳은 아닌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브로이와 맥주, 와인과 이색적인 풍경이 가득한 남아공 여행기는 무지개 색 매력만 가득하니까. 한 챕터별로 끊어놓은 여행기 뒤에는 그 지역에 대한 설명과 교통편, 특징이 실려 있어서 남아공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하다. 이미 많..
[서울의 낮은 언덕들]안개 가득한 도시를 떠돌다 서울의 낮은 언덕들 - 배수아 지음/자음과모음(이룸) 손에 들어온 지 한참 된 책인데 비일상적인 표현과 어휘의 사용이 많아, 낯섬과 생경함으로 잔뜩 무장한 소설을 읽은 건 쉽지 않았다. 이름은 많이 들어본 작가였지만 제대로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인가 보다. 서사성보다는 흑백의 사진처럼 여백의 미와 동시에 자잘하지만 색감없는 글의 흐름에 몇 번이나 정신을 놓쳤다. 낭송전문무대배우 경희는 도시와 도시를 떠돈다. 카라코룸의 일원인 경희는 모든 곳에 머물 공간이 있지만 정착할 곳도 없다. 사실 그녀가 경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서사 구조를 취하지 않고 경희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거나 경희에 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녀가 몇 살인지도 어떤 얼굴인지도 계속 안개 속이다. 그녀는 다른 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모두가 공감할 사랑의 서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청미래 운명-혹은 그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만난 클로이. 무수한 수학적 확률을 거스르고 그들은 만났고, 그리고 무수한 그래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랑에 빠졌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고, 사랑하였다. 이야기는 그저 그런 그들의 연애담이다. 하지만 보통의 놀라운 점은 스토리가 아닌 그 사이에 놓여진 감정의 섬세한 묘사와 비유, 그리고 그만의 철학적 유머에 있다. 그녀를 왜 사랑하는지를 찾고, 그녀가 완벽한 이유를 나열하다가, 세상의 완벽과 나의 완벽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들의 싸움의 원인을 현학적, 철학적으로 분석하다. 우리는 사랑을 심장으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만 보면 그는 확실히 뇌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야기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이레 캐이트 윈슬렛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더 유명한 책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홍보에는 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관계로 더 주목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런 그들의 사랑의 시작이었다. 평범한 눈으로는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나이를 빼놓고 본다면 어리숙한 연인 이야기였다. 소설 "로리타"가 생각난다. 로리타는 짝사랑이었던 거 같지만, 더 리더는 짝사랑이라기보다는 어긋난 사랑에 가깝다. "책읽어주기"는 그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었다. 별 의식없이 책 읽어주던 미하엘. 사실 조금 귀찮기만 한 일이었으나 한나를 위해 그는 책을 읽었다. 책읽기-목욕-사랑-같이 ..
[인생의 베일] 인생의 베일 -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사랑은 항상 좋은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튕기는 여자가 인기있는 거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우리 삶 주위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키티과 월터는 그런 관계였다. 머리가 비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지만 월터는 키티을 사랑한다. 야망도 없고 별로 멋진 몸은 아니지만 사람 괜찮은 월터이지만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허영심 가득한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키티는 타운샌드를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건 이성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인생의 뒤흔들만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제길할 사랑, 사랑이다. 사랑 혹은 남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했던 키티는 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민음사 초콜릿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유혹의 다른 이름이며,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카카오 특유의 풍미와 중독성, 달콤함 속에 숨겨진 마력.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면 초콜릿은 지금처럼 매력있는 음식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뒷맛을 남는 쌉싸름함. 우리는 도리어 그 쌉싸름함을 잊지 못한다. 요리와 사랑, 섹스, 욕망이 뒤트러져 섞여있는 이 소설은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진 스프처럼 우리를 요리한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전통, 그녀를 사랑하기에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 딸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한편으로 부정을 저지른 어머니, 열정을 주체못하는 언니, 엄마의 욕망만을 배운 언니. 그 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