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만난, 즐거운 발견 - 안종현 지음/토야네북스 |
건축에 대한 관심은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은 솔직히 취미라고 말하기 무안한 정도로 미술관 방문이 줄어들었지만 한동안 그래도 열심한 미술관에 다니고 심지어 미술사 스터디까지 할 때가 있었다. 스터디는 내년 중에 다시 시작하고 싶긴 하다. 나의 많은 편견을 깨고 내가 좋아하는 잡지식을 채우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건축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대로부터 건축은 인류의 예술적 노력의 집결체였다. 그렇기에 흥미있지만 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건축학도로 코이카로 건축봉사를 떠난 저자의 스리랑카 건축이야기이다. 소위 말하는 후진국, 혹은 못사는 나라의 건축에 대한 편견과 오만의 생각을 내려놓고 자연과의 경계에서 자연을 건축의 일부로 받아들인 스리랑카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느릿한 여행기와 동시에 들려준다. 전문적 지식의 나열보다는 건축물로 향해 찾아가는 길, 그 길과 함께하는 저자의 감상, 뜨거운 스리랑카의 햇살과 함께 자전거로, 혹은 도보로 건축물을 돌며 느끼는 감상을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사진도 많지 않고 또한 조감도가 아니고 부분부분을 찍은 사진인데다가 스리랑카 건축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터라 저자의 글만으로는 건축물을 상상하며 그 감상을 느끼는 것은 수박 겉햝기보다 못한 짓이다. 하지만 모르기에 더 편한 것도 있다. 저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조금씩 나만의 스리랑카 건축을 그려본다. 틀리더라도 상관없다. 나름대로 그려보며 그 건축의 구조를 느끼고 모양을 꿈꿔보며 스리랑카에 건축에 대한 작은 지식과 관심이 쌓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있었던 것은 스리랑카의 현대 건축가 "제프리 바와(Geoffrey Bawa)"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건축 뿐 아니라 예술사에 있어서 단 한 명의 천재의 영향력은 그 획을 바꿀 정도로 대단하다. 모든 부문에서의 천재의 영향력이란 크겠지만 크레에이티브의 집결체인 예술사에는 그 두드러짐이 더하다. 바와는 그런 의미에서 스리랑카 현대 건축의 획을 새로 긋는 천재인 것 같다. 스리랑카 건축도 처음 듣는데, 바와도 당연히 처음 듣는 나에게도 저자의 바와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그의 건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축, 자연에 대한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외국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 카피가 아니라 로컬리즘에 기반한 건축, 그리고 또한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정신.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자료를 검색해보았지만 대부분 영문 뿐이라 좀 더 많이 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나의 영어 실력은 피상적 이해밖에 안되고 건축학적 지식도 없는 터라 제대로된 번역 없이는 감만 겨우 잡을 뿐이다.
<제프리 바와 홈페이지>
내가 스리랑카에 가게 될 지, 바와의 건축물을 실제로 보게 될 기회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생기거나 혹은 만들어진다면 이 책 때문일 것이고, 또한 바와 때문일 것이다. 스리랑카 건축 뿐 아니라 스리랑카에 대한 애정이 글에 들어있어,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스리랑카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스르륵 읽어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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