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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세 남자의 좌충우돌 여행기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8점
권순호.이경욱 지음/청하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 이다."

 

이 말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백배 동감하는 바이다. 물론 어디가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어디에 따라 누구가 달라지는 것이 여행이니 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곳이다. 지난 번 손미나 작가의 강의 때는 그 순례길을 한국의 2,30대 젊은 처자들이 그렇게 자기를 찾겠다며 걷는다고 한다. 그 길에 답이 있는지 없는지는 걷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답을 찾는 진지한 성찰에 빠진 여행자들에게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 단연코 아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웹툰 작가 2명의 산티아고 여행에 갑자기 낀 북에디터. 북에디터의 갑작스러운 여행의 합류가 시작부터 말썽이다. 끼려는 사람도 민망하고 원래 없던 동반자를 받아들이는 쪽도 쉽지 않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여행의 본질을 생각해 셋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단 한명의 합류에도 삐걱거렸던 그들, 하지만 산티아고를 향한 긴 여행 중에는 무수한 여행자들이 함께하고 또 떠나가며,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을 만든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 여행에 대한 감상은 없다. 마치 글이지만 웹툰을 읽는 것처럼 현장감 넘치는 생생함과 솔직한 그들의 에피소드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더 재미있는 건 글 속 화자로 등장하는 이경욱의 글에 달린 권순호와 조명찬의 한줄 코멘트. 짧은 글이지만 같은 상황을 이들은 또 이렇게 느꼈구나 하는 것에 빵빵 터진다. 역시 사람들은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안다고 셋의 입장은 의외로 천지차이라서 과연 함께 여행한 것인가 싶고, 그 온도차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기에 등장하는 베네딕트, 얌파, 다니엘 등 길 위의 많은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도 큰 재미이다.

 

당장 떠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당장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