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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인생의 베일]

인생의 베일 - 8점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사랑은 항상 좋은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튕기는 여자가 인기있는 거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우리 삶 주위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키티과 월터는 그런 관계였다. 머리가 비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지만 월터는 키티을 사랑한다. 야망도 없고 별로 멋진 몸은 아니지만 사람 괜찮은 월터이지만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허영심 가득한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키티는 타운샌드를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건 이성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인생의 뒤흔들만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제길할 사랑, 사랑이다. 사랑 혹은 남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했던 키티는 콜레라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많은 변화를 겪으며 그녀의 사랑과 월터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 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가치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변화하며 성장하는 그녀와 달리 월터는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결국 그녀의 부정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마치 다 성장한 것처럼, 이제는 세상을 다 알게 된 것처럼 변화된 베일이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또 잘못을 저지르고 괴로워하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객관적으로는 잘못한 것밖에 없어보이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 그녀를 비난할 수만도 없게 된다. 우리도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되도록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니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불륜의 삼각관계이지만, 100년도 전의 그녀의 삶과 사랑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공감을 산다. 사람이란 1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도 사랑을 하고 잘못을 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인 것일까. 사랑이랑 언제나 이렇게 바보같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