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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 6점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민음사

톰과 헉은 어릴 때 만화로 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정신없이 모험이랍시고 돌아다니는지라, 공감이 가진 않았다. 사내 아이들의 이야기라 더욱 그랬을 듯. 심심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 듯 싶어 골라 들었는데, 대신 정신은 없더라. 얘들이 왜 이렇게 성격이 다중적이며 바보같고 또는 교활하며 보통의 세상사와 다른 면에서 반응하는 것일까? 그들의 악마적 면이나 개똥만도 못한 모험 정신은 재밌다기 보다는 짜증스럽고 불쾌했다. 내가 알고 있는 '천사와 같은' 아이들은 없고 사기꾼같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하는 그런 정말 속까지 못된 녀석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좋은 일을 하고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비일상적이고 '모험'이라 부를만한 것이어서 재밌긴 했지만 톰이고 헉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려니 좀 힘들기도 했다. 게다가 옛날 소설답게 문장도 길고 수식구도 치렁치렁 이어져서, 그들의 기나긴 수다에 약간 지쳐버린 느낌. 만화로 봤던 톰과 헉은 그래도 착한 면이 훨씬 많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보다는 못된 성격에다가 도덕이나 예의를 배우려는 마음은 별로 없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은 가지고 있는 복합적 성격의 아이들이었다. 재미가 있긴 있었는데,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당황했다. 아이들은 천사가 아닌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