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북인더갭 |
트친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곰스크로 가는 기차. 남의 추천으로 책을 읽게되는 경우 내가 평소에 고르던 책들과 다른 성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좋다. 내가 골라서 읽으면 내 취향이라는 것에 한정되게 되서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독서는 불가능한다. 깊이면에서는 집중이 나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성향이 아니라서, 깊이보다는 넓이가 더 좋다. 특히 남자분들이 추천해주는 책은 성향이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책을 받았을 때 분명 처음보는 책인데 제목이 왜이렇게 익숙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니 전에 드라마로 봤던 기억이 났다. 예전에 베스트극장에서 드라마로 했었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는 한국배우들이었지만 유럽식 옷을 입고 안락의자를 끌고 연극처럼 풀어냈던 드라마였고 내용도 독특해서 묘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전부터 연극으로 많이 소개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음.. 연극으로 딱 좋을 거 같다. 공연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그려지는 것 같은 작품이다.
곰스크에 가지 못하고 도중의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 신혼부부의 이야기. 곰스크로 가려는 남편과 왜 곰스크에 가려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 두 사람으로 나눠져있지만 보통의 사람이 가지는 이중적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이상과 현실. 우리는 이상을 택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나의 경우 갑자기 회사를 관두고 세계일주를 간다든지 하는 사람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나오고 강연도 한다. 참,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대단하다고 한다. 그들은 말한다, 별개 아니라도 당신들이 놓지 못하는 것을 나는 놓고 떠났을 뿐이라고. 정답은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다. 마치 그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고, 한쪽 구석에는 다 떨치고 가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언젠가 들은 이런 말이 생각난다. "내가 그 사람과 잘 되지 않았던 것은 부모의 반대도 아니고, 그 사람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그 사람의 현실적 조건이 떨어져서도 아닌,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할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다."
비단 연애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선택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에게 떠밀려 온 것 같지만 결국 그 발을 움직인 것은 나다. 진정으로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곰스크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곰스크로가는 기차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짧은 글이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인생에서 한번은 맞딱드리는 이야기를 절묘하게 잡아내서 이야기로 풀어내고 더 뛰어난 것은 결론을 명확히 내지 않아 독자에게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책을 덮고나서 나를 생각하게 하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읽어도 지금의 내가 맞게 가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