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 |
씁쓸한 이야기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풀어내서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어쩐지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 이 소설은 그 전에 읽었던 작품들보다 유머의 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씁쓸한 웃음은 한층 더 강해졌다.
세상에 좋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도둑놈 같은 놈들이 많다는 걸 알긴 알지만 그 실상을 리얼하게 볼 수 있는 건 드물다. 보통의 사람들도 적당히 나쁜 짓은 해야가면서 산다. 그래도 뉴스에 나오면 모두가 분개할 나쁜 짓이거나 어느 집에 이런 문제가 있다면 한참 혀를 차가며 이야기를 해야할 문제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걸 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유쾌한 이야기도 아니고 두께가 꽤 있는 편이었는데도 오쿠다의 소설은 스피드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된다. 그런 문장과 구성력 덕분에 듣기 꺼려하는 이야기임에도 다 읽게된다. 불편한 사회의 이야기를 개인을 통해 끌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
소설에는 5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메노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말고는 공통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인물들이 겪는 문제와 사건은 처음에는 유메노의 무기력한 분위기 이외에는 접점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들수록 그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연결고리를 찾아가고 중심 인물들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인물들이 겪는 문제들까지 복합적으로 드러나면서 유메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폭넓게 그려진다.
유메노(꿈의 도시)라는 이름과 달리 이 도시는 미래를 꿈꾸기는 불가능하다. 후미에의 말처럼 2류인가 3류인가를 선택해야한다.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현재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점점 세상은 극단적으로 변해가고 중간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상단에 위치한 사람들의 힘에 밑으로 밑으로 떨어진다. 미래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처럼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기를 치거나 있는대로 권력을 발휘해야한다. 그게 아니면 내세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모르는 척 하거나 현재의 쾌락을 추구하며 현실일 잊어야 한다. 모두 이것이 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며 정당화시킨다. 전부 다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 방법이란 통하지 않는다. 멍청하게 당할 뿐이다.
소설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보이지만, 가짜 희망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미 몇 사람의 문제같은 게 아니니까. 현실에도 희망이 있을까? 모두 꿈을 이야기하지만 도무지 꿈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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