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민음사 |
어려워보여서 책을 사놓고도 다른 책들보다는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었는데 한번 잡으니 페이지는 그냥 넘어간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능력은 놀랍다.
책을 읽는 동안 나다울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농담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세상. 그러나 그건 굳이 그 농담이 아니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가 쥐고 있던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고 다른 이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삶에 행복을 주는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하나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도 사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그 칼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잘려져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올라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념과 맞지 않아야하는 누군가를 찾아내서 쳐내야한다. 루드빅은 재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그때 그 농담을 하지 않았다면 자유에 대해, 시대를 지배하는 이념에 대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헬라나가 루드빅에게 빠진 것은 그 앞에서는 달라져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사랑해달라, 사랑해야한다는 말을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사회에 와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지금도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며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고, 다름은 인정하는 척 하면서 교묘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실상은 내 논리만을 우기는 한수높은 사람들도 있다.
농담을 읽는 내내 나는 좀 끔찍했다. 정해진대로 모든 것을 해야하는 것, 누군가가 규정된 룰대로 움직여야하는 삶, 그 논리가 좋다고 춤추는 사람도 거기에 짓밟히는 사람도 그 삶에서 선택이란 보이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전부 다는 아니지만 선택처럼 보이지만 강요인 것들을 깨닫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그런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조금 무섭다. 나 그대로여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좋은 거라고 배웠는데, 그렇게 사는 게 참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1독으로는 조금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역시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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