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북스퀘어 |
얼마전 영화화되어 국내에도 개봉된 적이 있는 작품의 원작. 인터파크 페이스북 이벤트 슈퍼스타R에 당첨되었다. 여러가지 이벤트에 응모하지만 책 이벤트는 결과도 괜찮고 새로운 책은 많이 읽지 않는 내가 신작을 만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듯 싶다. 신작은 선뜻 못사겠다니까.
영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책도 기대했는데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한다. 책이 후반부로 가도 세 얼간이는 답답하기만 하고, 도무지 학교 내 개혁이라든가 변혁을 이루진 못한다. 좀 그런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것이 있을 줄 알았다. 하리의 꿈처럼 말이야.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책 내내 흘러서 계속 뭔가 있을 거라며서 흥미진진한 채 읽었는데, 그런 건 없다. 우리 삶처럼 말이야. 우리도 살면서 대단한 반전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건 잘 없잖아. 그저 조금씩 노력하고 변해가는 것일 뿐이다. 변화란 보통 그렇게 오니까.
점수에 연연하는 그들의 모습은 요즘 우리의 대학생활과 비슷하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친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인성인지는 판별하기 전에 일단 점수로 한번 걸러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사실 점수라는 건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이 해야할 기본 의무를 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보여주는 수단이니까. 문제는 점수가 다른 것과 대등한 평가의 하나의 요소여야되는데, 절대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는 거에 있겠지. 가장 손쉽고 용이한 수단이기도 하고 객관적이니까.
세 얼간이가 점수를 딸 시간에 다른 중요한 걸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은 좀 바보같잖아. 창의성있고 개성있고 교유관계 좋을 수는 있지만 그들이 공부 대신 택한 것들이 그렇게 창조적이며 도움이 되는 활동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 것들도 얼간이이긴 마찬가지이고. 공부를 못하는 얼간이들은 스스로의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데 반해, 점수가 좋은 아이들은 다른 점이 부족한 걸 모르는 것 뿐이다. 결국은 얼간이 집합소인가.
그래도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말이야.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었던 교수도 아주 늦게나마 조금은 변했고, 성적을 거둬낸 그들의 가치를 인정했고, 얼간이들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죽을 때까지 변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이니까. 다만 어디가 부족한 줄 알고 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싶다. 부족함을 판단하는 기준을 넓게 가지며 성장을 기다리는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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