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남자 -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거꾸로 보니 바로 보이는 세상.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너무 리얼해서 살짝 섬뜩했다. 나는 아직 집도 없고 차도 없으니 아직은 내 시간의 소유자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살며 먹고 입고 누린 것들이 아버지의 시간을 팔아서 얻은 것이라는 것이니 끔찍했다. 내 삶이지만 나는 순간부터 체제 속에 이미 팔려있는 것이며 내가 온전히 나의 주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알고 있기는 했으나 솜사탕처럼 뭉성뭉성한 상태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막대사탕처럼 정확하고 명확한 형태로 내 입안에서 와장창하고 씹힌다. 음모론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순간이다.
사는 건 이런 것인가? 경제학을 배울 때도 기회비용을 따졌다. 기회비용이란 시간의 경제적 가치의 다른 이름인 것 같다. 아직의 내 시간이 아닌 부모의 시간으로 살아갈 때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팔아치울지 잘 판단해야겠다. 그나저나 일주일 패키지는 팔았으면 좋겠다. 5분이나 2시간 짜리는 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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