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자서전 -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황매(푸른바람) |
먼저 고백부터. 나는 체게바라 전기를 읽지 않았으며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나한테는 그냥 티셔츠의 이미지이며 잘생긴 혁명가라는 인식 정도만 있다.
언젠가 한번을 체게바라 전기를 읽어야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딱히 마르크스 주의자도 아니고 혁명가도 아니지만 체게바라는 누구한테나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좀 알아야되는 사람. 지난번에 중고책 구입하면서 자서전도 같이 판매하고 있어서 한번 사봤다. 근데, 자서전도 쓴 사람이었어 하며. 이 책은 체게바라의 각종 편지글이나 자전적 글들을 모아 만든 사후 편집형 자서전이었다. 이런 형식의 자서전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책을 다 읽었지만 스토리가 명확하거나 그의 삶을 해체/재구성한 친절한 책이 아니라 그의 삶의 단편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어서 솔직히 읽기 전보다 그를 잘 이해하게 되었거나 더 알게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안든다. 내가 알게 된 건 굉장히 열정적이고 솔직한 청년이었으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밝고 유쾌한 사람이고 진실하게 모든 것을 대하고 있었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인 건 맞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넘친다. 체게바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나 그를 자세히 소개해 놓은 책과 더불어 보면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게다가 좋은 느낌의 사진도 많아서 체를 아는 데 좋은 자료가 되는 듯. 글 자체도 괜찮았다. 마음이 드러나는 글이라는 느낌이었다. 그의 글쓰기 자질은 정말 부러웠다. 이런 느낌의 글을 늘 쓰고 싶은데,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가 그 느낌이 나질 않는군. 체게바라 전기는 올해 안에 역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