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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폭풍의 언덕]

폭풍의 언덕 - 6점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민음사

폭풍의 언덕은 어릴 때 '뭐 이런 사이코같은' 이라고 생각을 하며 읽었었다. 연인관계도 근친상간이고, 주인공들은 선인지 악인지 다들 미친 얘들같고 마음 속에 숨겨야 할 것같은  악마적 기질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 게다가 그 폭풍의 언덕이라는 배경조차 불유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밝고명랑하고유쾌하고즐겁고 와는 정반대 쪽에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재밌었다. 그들의 행동 속에 인간의 본질과 욕망의 솔직함을 엿본 게 아닌가 싶다. 그들 속의 이글이글한 사랑과 욕망, 불타는 복수심이 나 잘났소하는 성공스토리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런 거 같다. 남들 잘나가는 얘기보다 남들 힘든 얘기, 고생한 얘기가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재미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감정에 솔직하며 자신의 울분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현실에서 드러내지 않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지옥불에 열광하는 악마 하나쯤은 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명작이 되고 고전이 되는 게 아닐까. 전에 토마스 만 단편선도 그랬고, 유명한 작품들은 음울하고 어두칙칙해서 비오기 직전의 기분날씨 날씨같은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삶이란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런 작품들이 울림으로 나가오는 건가보다. 좀 유치한 내용에 글을 풀어가는 방법도 유치한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히스클리프의 그 마음을 이제는 알 거 같은 생각이 들어  그냥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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