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민음사 |
고골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이 책에도 실린 [외투] 이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 작품이 없다. 우리가 흔히 러시아 작가하면 생각나는 이름도 어려운 토스토예프스키나 거장 톨스토이에 비하면 고골은 알듯말듯한 작가이다. 이름도 알고 유명한데, 그래서 작품이 뭐였지 하는... 책 뒷편에 실린 작품 해설에 고골의 연대기와 함께 인생사도 짧게 실려있었는데,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 다이나믹하다.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쓰듯 작품을 썼던 것을 아닐까 추측한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실린 총 5편의 단편은 모두 도시에서 소외되어 있는 군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또 하나 우화인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구성을 하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야기 전개가 많다. 그러나 이런 전개가 도리어 도시의 진실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계급화된 사회에서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역사에 남을 법한 위대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잘나가고> 싶다.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 <당신의 차가 당신을 말해주듯>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성공을 판단한다. 그 욕망이 배제된 삶은 도시 속에서 도리어 소외가 되며,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골은 <정의>를 믿고 싶어했다. 소외된 군상의 이야기를 웃프게 다루지만 그 현실을 통해 사회의 비틀어진 모습을 꼬집는다. 일요일 저녁 개콘의 [나쁜사람]을 보며 깔깔거리다가도 갑자기 짜한 슬픔이 몰려오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여전히 욕망을 꿈꾸고, 그래도 고단하고, 그래서 환상을 그린다.
놀라운 것은 19세기의 작품이 마치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고 그 표현이나 구성방식이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인물 묘사, 그와 역설적으로 19세기에 나온 작품이 이렇게 보통의 서사 구조를 벗어나 개성적으로 인간을 그려냈다는 게 대단했다. 고골은 시대를 확실히 앞서 살았고 그래서 그 끝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것 같다. 현대 소설보다 더 현대소설같은 작품의 발견이다.
<밑줄긋기>
-p222-
'(중략)축제일에 나들이옷을 입고 외출한 사람에게 마차가 흙탕물을 튀켜 그 옷을 조금이라도 더럽히면, 즉시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 그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럽다고 떠들어대지만, 한편 바로 그 사람들은 평상복을 입고 다니는 다른 행인들의 옷이 더럽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못한다. 왜냐하면 평상복의 얼굴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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