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이상현 지음/시공아트(시공사) |
내가 알고 있는 한옥은 창호문이 있고 기와지붕이 있고, 마당이 있고 대청이 있다. 내가 알고 있고 알아왔던 한옥은 그 건축을 직접 보고 느낀 것보다는 사극 드라마에서 보고 저런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된 것이 많다. 작년 한해 한옥서포터즈를 하면서 서너군데의 한옥을 묵거나 방문하게 되면서 한옥이라는 게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며 그 속에 숨겨진 재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미천한 것은 나의 지식이다. 물론 느끼는데 있어서 지식이 필수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알면 더 많이 더 깊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딱 나 정도의 사람을 기준으로 한옥을 이야기하고 있다. 건축학적인 이야기를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집을 둘러보며 주절주절 한옥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가 섞여있기에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다. 글의 첫머리에 시작하는 투머치한 감성의 표현들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반페이지 정도만 잘 넘기면 적절한 수준의 감성과 지식이 담긴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국 24개의 한옥을 찾아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 건축적 미학을 담아냈고, 각 챕터의 뒷부분에는 소개한 한옥 주위의 관광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여행 실용서로도 참고가 될 만하다. 요즘은 한옥스테이를 염두에 두고 여행지를 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한옥에 하루 머무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소개한 곳 중에 가봤던 곳도 있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이 더 많았다. 이런 곳에 이런 건물이 있었구나 하는 무지의 깨달음이 되었다. 한옥을 소개하는 방법이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입구 뒷쪽으로 보이는 풍경, 그리고 발걸음을 하나하나 옮기며 눈을 돌리며 담은 곳곳을 사진과 설명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이 책을 읽고 한옥을 방문하거나 혹은 방문한 후에 이 책을 읽는다면, "아, 여기서 이래서 이랬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될 거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내가 이해한 게 맞았는지, 내가 놓쳤던 부분은 없었는지 좀 더 꼼꼼히 한옥을 즐기고 싶어질 것이다.
나도 한옥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그저그냥 온돌이 있고 기와가 있는 비슷비슷한 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옥들, 그리고 실제로 만난 한옥들도 각 건물마다 그 위치며 모양이며 배경이며 다 다른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고 다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 책의 부제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한번쯤 한옥을 제대로 보려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소홀히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하고 배우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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