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민음사 |
그리스인들은 사랑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했다. 에로스(육체적), 아가페(감성적), 필리아(정신적). 무조건적 일방적인 절대적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 인류애로도 해석되기도 하는 아가페적 사랑의 전형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옛말처럼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자식들을 그걸 모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말이야, 진짜 아가페적 사랑은 제대로 된 제대로 주는 게 맞겠지?
고리오 영감의 첫 시작은 요즘 핫한 드라마 [야망]이 떠오르다가 점점 [내딸 서영이]이로 가는 듯 하다가, 나중에는 막장 드라마의 비극버전으로 끝이 난다. 아직도 판타지를 놓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래도, 그래도 라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으나 발자크는 리얼리즘의 시조라 할만하다. 사는 건 그리 아름답지 않다.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도 무엇 하나 얻지 못하는 고리오 영감, 사치와 허영에 빠진 두 딸, 사교계 데뷔를 통해 성공을 갈망하는 라스티냐크, 고급하숙집에 머물며 욕망을 부채질하는 보트랭, 아직은 순수해서 욕망의 먹잇감이 되기 적당한 타페이유, 고급 하숙집 하나로 위세 등등한 보케르 부인 등 고급 하숙집을 중점으로 보이는 인간군상들은 당시 파리의 사회상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요즘 드라마 못지 않은 막장 코드와 완전 짜증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욕 방언이 터질려다가도, 지금의 현실이나 요즘 트렌드인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면 이런 코드라는 건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존재해왔다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고리오 영감도 잘 한 건 없어.'라고 비난하다가도 제대로 부모로써 사랑하는 것은 연인 사이의 사랑보다 백만배는 어렵겠다 싶다. 사랑은, 사는 건, 참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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