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 - 손미나 글.사진/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한동안 서점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독서 취향이 최신서적보다 고전이나 스테디셀러여서 항상 다 늦게 읽는다. 사실 이 책은 그저 유명한 사람의 여행기라 여겨서 읽어볼 생각도 안했었다. 하지만 지난번 덕수궁 특강 때 손미나 씨의 강연이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아서 이번에 책 사면서 같이 구매했다.
유려하거나 화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꾸밈없이 솔직하고 깔끔한 문장이라 출퇴근하는 동안 슬슬슬 읽혔다. 하지만 거짓말을 모르는 어린이처럼 그녀의 진짜 이야기, 진짜 마음이 담겨있는 글에 지하철에서 몇번이나 울컥했다. 글이라는 건 정말 그 사람이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에도 글을 매일 같이 써대지만 사실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보다 부끄러운 건 누가 내 글을 읽는 일이었다. 그래서 국문과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때 창작 수업은 쿨하게 패스한 나였는데, 졸업하고 나니 맨날 이러고 있다.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진정성있게 쓰려고는 하지만 내가 너무 드러나지는 않게 쓰려고 한다. 불특정다수는 때론 무서울 수 있으니.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한다. 나는 진짜 이야기를 얼마나 쓰고 있는가?
정말 그녀의 글은 진정성의 끝판왕이었다. 설레는 순간, 너무 아팠던 순간, 기뻤던 순간이 마치 내 일처럼 다가온다. 지난 1, 2년 사이 나이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도 어쩔 수 없었던 서른의 고비를 넘기며, 또 지지부진했던 인연을 정리하며, 그리고 항상 반밖에 열고 있지 않았던 마음의 창을 조금 더 내리고 사람들을 대하며 20대와는 다른 나를 만들어가는 시기를 보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속으로는 치열했던 그 시간을 보내며 나도 몰랐지만 나는 위로가 필요한 상태였던 거 같다. 그녀의 이야기가 엄청난 용기가 되어 당장의 자리를 떠나라고 말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위로, 그녀가 받았던 사람들에게 받았던 위로, 희망의 에너지,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나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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