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지음/푸른숲 |
어릴 적에 보았던 일본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주인공인 '신념'이라고 대답했던 씬이 떠오른다. 거창하게 들리는 이 단어는 거창하기보다는 정직하고 진심이 담긴 단어였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가 아닌 사는 삶. 다들 그렇게 살고자 하는데 왜 잘 안될까? 너무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걸까, 고집이 약해서 그런걸까? 가족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았다. 옳다 그르다의 관점이나 백점 만점을 기준으로의 판단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행복. 지지고 볶고 싸우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사랑과 행복을 위한 고집이 있고 노력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참 아름답다. 좋아보인다는 말이 절로 나올 듯. 그렇다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다. 참고만 할뿐.
내가 제일 많이 참고해야할 부분의 자본과 경쟁의 논리에 가려 잊고 있던 협동과 배려심이다. 사실 나에게 배려란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로 행동하는 것이다. 경쟁이란 당연한 것이고 거기서 이겨서 winner가 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 배려가 가져오는 상생효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경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피해가 아니라 도움을 준다며 그러면서 배우는 점도 있고 얻어가는 점도 많은데 그런 면은 참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저자가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교육에 관해서 자식을 먼저 키워본 어머니가 들려주는 경험담/실수담/성공담 등이 녹아 있어서 부모님들이 읽으면 아이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계기가 될 듯하다. 나중에 나도 부모가 되면 만나게 될 문제에 대한 약간의 다른 시선의 해결책을 하나 keep해 둔 거 같은 기분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적용될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휩쓸리지 않을 작은 신념을 가진다면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도 꽤 보인다. 내가 자식이 없어서 현실감이 떨어진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편하게 쓴 글이라 문장의 아름다움을 별로 없고 중간에 부사 등등이 살짝 거슬리고, 삽입된 사진들이 페이지를 채우려고 넣은 듯하게 큰 고려없이 배치된 것이 좀 맘에 안든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책이었지만, 1독 이상은 별로 안땡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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