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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카지노]

카지노 - 10점
아사다 지로 지음, 구보 요시테루 사진, 이선희 옮김/이레

잘 노는 것의 가치는 현대 사회에 와서 그래도 많이 인정받는다. 휴가도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는 많이 쓰고, 주말에 뭐하고 잘 놀았냐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복불복의 휴일을 가지며(진정 휴일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보장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고작 3,4일 차이지만 업무 효율이 다르다. 전경련 따위에서 계산하는 휴일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은 암묵적 가치를 계산에 넣지 않은 가짜다), 여름 휴가도 길어야 일주일이다. 뭐 물론 길게 쓸 수 있는 곳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달 정도 쉬는 건 막가자는 거라는 게 보통의 인식.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라고도 안하는데 잠깐씩 나오고 하는 나이지만, 노는 것도 일하는 것 못지 않게 재밌고 좋다. 주말과 휴일 계획을 세워가며 흥분하는 게 직장인의 낙이지.

 

사설이 길었군. 이 책은 세계의 카지노를 순례(?)한 책이다. 다른 짓은 하지 않고 카지노를 구경하고 갬블을 한다. 300여 페이지 동안 유럽 지역 곳곳을 카지노를 소개하고 돈을 따고 잃었다는 얘기만 한다. 고스톱도 제대로 못치는 나도 빠져들만큼 재미있다. 다음에 외국가면 카지노는 꼭 한번 해봐야겠구나고 다짐했다. 이로서 아사다 지로는 카지노 추종자를 한 명 더 만든 셈이다. 이렇게 추종자가 늘어나면 그의 바람대로 오다이바에 내국인 카지노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정선에도 생겼는데, 거기라도 안될 리 있겠어? 파칭코와 경매에 무섭게 빠져드는 일본인들을 볼 때 근로를 과하게 장려하는 나라로써(공식적으로) 오다이바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파산자 양산이 100% 기대됨), 카나자와에는 생길 수도 있어. 일단 거긴 휴양지고 아사다 지로의 설명대로 유럽과 비슷하기도 하니까. 고품격의 우아한 어른 놀이터로써 고급스러운 카지노 리조트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거다.

 

암튼 이 사람, 도박을 사랑함을 당당히 말하고, 그걸로 책까지 써서 또 그 인세로 도박할 걸 생각하면 좀 우습다. 일년에 몇 번은 불법 도박으로 얼굴을 부옇게 가린 채 텔레비전 출현하는 사람들이 보는데, 참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도박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그만 그에게 설득됐는지 나쁜 거까지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처럼 도박꾼의 재능이라고도 1%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빠져드는 일은 없겠지만, 갬블을 당당하고 즐거운 놀이로 즐기를 그를 보며, 또 휴가를 장려하고 일본은 너무 놀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대신 놀아주겠다는 그를 보며, 도박이든 뭐든 진짜 노는 건 역시 중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젊어서 놀아야 된다. 늙어지면 못논다고. 앞으로 놀이 계획을 충실히 세워서, 창조적으로 놀자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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