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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제49호 품목의 경매]

제49호 품목의 경매 - 10점
토머스 핀천 지음, 김성곤 옮김/민음사
사실 영미권 작품은 번역의 문제라든가, 배경 지식 부족의 문제 등으로 잘 읽지 않는데, 아는 분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셔서 손에 잡았다. 처음 읽을 때는 얘가 도대체 뭘하고 다니는 건지 파악이 안되서 책장도 잘 안넘어가고 정신은 계속 안드로메다로. 사실 주인공도 거의 그 수준으로 헤매고 있어서 내가 그렇게 느꼈던 거였다, 이것도 그나마 두번째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 게다가 주인공의 이름과 지명에 숨겨진 의미가 많아서 번역서로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친절한 주석과 관련 글이 뒤에 실려있지 않았더라면 영구미제로 남았을 책. 추리 소설같은 구성이며, 딱딱 맞아 떨어진 하지만, 그 정보의 근원조차 의심스러운 상황. 추리 소설이라면 정보에 대한 근본적 의심이 없으니, 설명대로 매트릭스 같은 느낌이다. 그동안 내가 믿어왔던 것들의 진실성에 대한 의심.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은 새로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도 의심한다는 것.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으며, 내가 믿어온 세상이 다가 아니었듯 내가 새로 만난 세상도 다가 아닌 것이다. 에디파가 그런 것들을 헤매고 다니는 내내 나도 같이 피로해지고 지쳤으나, 마지막 경매장에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나도 함께 안정되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만나려는 그 자세, 무조적 반항적이거나 혁명적이기만 했다면 그렇고 그런 소설이 되어버렸을 것이나,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이 작품을 복잡하게 하기는 했지만, 또 엄청난 매력이 되었다. 그 후에 어찌되었을까? 사실 아직도 50% 정도 밖에 파악이 안되서 후기 남기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바로 연속해서 3번 읽는 건 무리. 시간이 지나면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보통 어려운 책인 경우 2번 정도 연속해서 읽고, 좀 간격을 두고 한 번 더 읽는 나름의 방법에 따라 이 정도에서 정리. 나중에 또 읽어야지.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 빠지게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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