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 - 찰스 디킨스 지음, 장남수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
꽤 오랫동안 가방 속에 들고 다닌 책.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이런저런 이유로 독서에 집중을 못해서 들고 다닌지 한참만에 드디어 다 읽었다. 사실은 한번 더 읽고 후기 쓸 계획이었지만, 왠지 요새 독서 침체기인듯해서 두번 읽다가는 영영 후기를 언제 쓸 지 알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일단 쓰고 본다.
디킨스의 소설은 뭔가 좀 불쾌하다. 그 속에 따뜻함이 있고 희망을 품고 있지만 그 사실에 다가가기까지의 과정이 영 개운치 않다. 그래서 읽다보면 사는 건 그런거지 싶다가, 그런 게 아닐 수 있는데, 이런 시선 불편해 싶다가 그런다. 인물의 성격 대비가 극명하고 상황 및 인물의 변화도 극단적이라, 고전이라는 느낌이 물씬난다. 인물의 성격도 인물이 처한 태생적 환경, 교육에 의해서 결정되는 점도 그렇다. 고전 소설의 전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설정이 되려 디킨스가 그리고 싶어하는 시대의 모습 그대로인 듯도 하다. 인간에 대한 공리주의적 인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과 그 사람이 키워낸 사실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된 아이들. 씨씨의 등장으로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변화를 맞이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되더라도 달라졌다는 건 그들의 꿈꿀 수 있게 된 것으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이것대로 해피엔딩이지만 역시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마지막. 그들이 그들의 문제를 빨리 인지하고 변화를 꾀했더라도 결론은 같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그러했던 게 아니라 '시절'이 그러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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