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조경아 지음/미호 |
밥, 그래 밥 한 끼의 이야기. 어떻게 말하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그녀가 먹은 무수한 밥상 속에 담긴 추억을 하나하나 되짚는다. 그 추억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이런 일도 있었어요 라고 알려준다. 잡지사 에디터답게 문장은 멋스럽고 세련되다. 몇번을 읽고 다듬고 고쳐서 만든, 손이 느린 디자이너가 조금씩 조금씩 원하는 스타일로 옷을 수정해가며 만들 듯이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 조금은 척 해가면서 말이다. 순전히 내 추측일 뿐, 실제와는 아무 상관없다.
그런 그녀가 즐기는 밥상도 그렇다. 소소한 밥상도 받아들일 줄 알지만, 그래도 특별한 무언가, 척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다. 너무 미려하게 쓰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에게 조금 불편한 느낌의 글이 계속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멋있다라는 느낌도 같이 든다. 우리가 섹스앤더시티의 캐리를 된장녀의 전형임을 알면서도 비난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만지지도 못했던 닭발을 주무르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현대를 사는 2,30대 여자는 이런 밥상에 앉는다. 매일 먹는 음식은 된장찌개이지만 그래도 주말에 한번은 잘 차려입고 이태원에 가서 브런치를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렇기에 평범한 밥상보다 조금 특별한 밥이 올라올 때 우리는 더 많은 기억을 만들고, 또 이곳에서 평범했더라도 그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바뀌는 나라밖으로 갔을 때 또 다시 이야기가 된다.
그냥 그런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얻는 가장 큰 수혜는 내가 만나는 밥상과 그 속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라면사리를 반으로 자르지 않고 그냥 넣는 나를 타박했던 사람에게 다양성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실망했던 기억도 있고 뷔페에서 스프만 덜렁 챙겨오고 스푼을 잊고 온 나를 위해 살짝 스푼을 놓아주던 사람에게 감동하기도 했다. 쩝접거리며 소리를 내며 먹는 사람들과의 식사는 늘 유쾌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과 밥먹을 기회를 피할 수 있을까 머리를 돌린 적도 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응원하려는 마음으로 선생님이 사다주신 순대에 제대로 체하여 근 10년간 순대를 먹지 않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식탁을 마주하며 함께 했던 사람, 또 음식 때문에 만들어진 기억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식탁에서 만난 기억이라는 게 참 많기도 많고 크기도 크구나 라는 걸 알게해줬다.
당신의 식탁은 어떤 기억으로 차려져 있습니까? 그렇게 그녀는 내가 묻고 있는 듯 하다.
[이 후기는 텐바이텐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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