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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인간실격]인간은 무엇인가?

인간 실격 - 8점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인간은 무엇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작품을 접한 건 처음이다. 언제나처럼 작가 약력부터 책 속 표지에 있는 작가약력부터 읽어내려가는데, 약력이 보통이 아니다. 소설가 중 보통의 약력을 가진 사람이 드문 건 사실이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유리알같은 심장의 소유자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야기의 시작. 사람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의 사진 세장. 타고나기를 남다른 성질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자의 파멸 이야기이고, 도무지 편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을 지속한다. 평소의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굉장히 힘들어하면서 읽는다. 사람이라는 건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아름답지 못한 모습, 그 불편한 모습을 마주한다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도 즐겁기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의 필력은 대단하다. 숨쉴틈없이 빨려들어 전혀 지루함없이, 망설임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 정도 문장력있는 작가의 글을 읽는 건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요조의 삶의 변화는 급격했지만, 그 내면의 모습은 잔잔한 호수처럼 일정하다. 어쩌다보니 삶은 그렇게 흘러가버린 듯도 하지만, 스폰지처럼 그 불행을 받아들이고 선택한 것도 같다. 처음부터 인간의 일희일비, 이중성을 농락하는 것 같은 그의 태도는 흔히 말하는 성공으로도 이끌 법도 했지만, 인간의 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인간을 실격했다기보다 처음부터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자 원죄인 양면성을 가지지 못한 요조는 그저 죽음에 대한 기다림을 선택한다. 요조의 끊임없는 주절거림에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가, 그를 혼내고 싶기도 했다가, 그의 모습이 애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인간이기를 실격한 것일까, 우리가 인간이기를 실격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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