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스케치 - 도리스 레싱 지음, 서숙 옮김/민음사 |
모든 이야기가 뒤덮힌 음울하고 어두운 기운, 불편하지만 진실인 이야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으면서도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여러가지 모습의 사건이 불행이라고 불릴 수 있는 형태로 그려진다. 작가의 전면적인 이야기의 주도보다는 세밀하게 지켜보며 기록한 것 같은 세밀화의 느낌이다. 구겨진 슬리퍼, 냄새나는 쓰레기통, 거리를 헤매는 더러운 개, 찌그러진 담배꽁초가 보이는 런던. 런던이 이런 거라면 서울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만 했다. 언제적 런던을 그린 것일까. 하지만 지금의 런던에도 오늘의 서울에도 이런 일들은 일어난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도리스 레싱. 다섯번째 아이의 작가. 그제서야, 역시. 갑작스럽게 생긴 불행이지만 영원히 떨쳐내질 못할, 그렇게 원죄처럼 가져가야했던 다섯번째 아이. 그 태동에 여기 있었다. 단편집이라 그 모습을 다 보여준다기보다는 커다란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시커먼 발같은 불행의 인상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속한 단편을 여러번 읽어본 결과, 사실 장편보다는 이야기의 힘도 작품의 완성도도 약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작가의 대표작과의 연계를 생각하며 이런 모습에서 그 작품이 나왔구나는 생각을 하며 읽는 정도로 좋을 것 같다. 작품 자체는 좀 약해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을 읽는다면 다섯번째 아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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