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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조선공주실록]

조선공주실록 - 4점
신명호 지음/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역사는 늘 재밌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스토리가 있다는 점에서 재밌다. 생각해보면 뜬금없이 일어난 일은 없다는 것.

게다가 연구하시는 분들은 작은 단서하나-내가 무지해서 작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에서 무한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살아가는 현재도 사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없는데, 지난간 이야기를 현재에 와서 복원해낸다는 것엔 연구자들의 상상력이 가미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그런 상상력없이는 그 쪽 공부는 할 수 없는 것이지 싶다.

 

조선사는 근대에 가깝고 자료도 많은 편이라 예전에 국사책에 보면 고조선~고려의 분량과 조선의 분량이 거의 비슷한 정도. 그래서 난 아아, 복잡하구나 하며 제일 재미는 있으나 늘 헷갈려했다. 이 책은 고등학교 수준의 국사상식만 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쉽게쉽게 쓰여졌다. 그래도 이게 족보가 어찌되는 건가 헷갈려하긴 했지만. 그동안 배운 역사가 국왕과 왕자, 그것도 왕위 계승의 대상이 된, 들의 시선에서 본 역사였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른 시선에서 조선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조선 왕실을 한 가정이라고 할 때, 조선이 유교사상에 남존여비가 강한 사회였다고 하더라도, 가정 내에서의 딸이 역할이라는 것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중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공주들의 시선에서 본 왕의 모습은 그저 지도가 아니라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했다. 사도세자에게만 유독 엄격했던 영조가 공주들을 그렇게 예뻐했다는 것도 의외의 사실이었고, 덕혜옹주를 위해 애썼던 고종의 모습도 왕이라기보다 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역사의 거센 흐름 속에서 버텨내기위해 싸워야하기도 했고, 그에 휩쓸려 평탄치 못한 삶을 산 공주들의 모습을 주로 조명하고 있어서 아름다운 모습들보다는 안타까운 면이 많이 보였지만, 그러한 시기의 평범한 개인의 삶도 소용돌이 칠지언데, 한 나라의 왕실의 한 가족으로서의 그녀들은 오죽했겠는가 싶다.

 

쉽게쉽게 쓰인 편이지만 그래도 조선사에 대한 전반적 이해 없이는 읽기 좀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공주의 삶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설명되기 때문에. 또 하나. 문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난 소설처럼 팍팍 넘어가지는 않더라는. ㅋ

 

국사 공부가 현재 진행중인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강추. 교과서에 안나오는 반정의 원인들도 설명되서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머리에 확 와서 박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