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봤던 케이블 리얼리티 쇼 중에 Hell's Kichen이라는 게 있었다. 요리 대결을 통해 일등을 뽑는, 형식 자체는 빤하다만, 고든램지의 삐삐삐가 난무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은 기억에 꽤 남는다. 쉐프는 요리만 잘 해야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프로. 제이미의 판타스틱과 러블리만 외쳐대는 깜찍한 훈남 요리사와는 다른 불독 닮은 '아저씨'이지만, 진짜 레스토랑의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하겠다고 이해시켜 준 프로였다. 요새는 '고든램지의 신장개업'이라는 프로가 케이블에서 나오던데, 그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따뜻한 카리스마는 아니지만, 그 밑에서 제대로 버티기만 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 같기는 하다. 마음에 상처는 백만개 날 듯하지만.
책으로 돌아가서, 책 표지는 자기 계발서인양 분위기를 풍겼으나, 읽어본 결과 자서전이었다. 어떻게 요리사를 하게되었으며, 어떻게 지금의 규모의 레스토랑을 이끌게 되었는지에 대해 약간은 두서없이 써놓았다. 소제목을 달고 주제에 맞게 쓰려고 하긴 했지만, 자기계발서와 자서전을 어설프게 섞어놓아서 정체성이 살짝 불분명. 책 자체는 쉽게 읽혔다. 번역을 그 거친 말투를 잘 살려서 투박하게 해놓은 덕도 있고, 인생자체가 드라마틱 하니까. 근데 크게 내가 막 배워야겠다거나 내 삶에 이런 건 반영해야겠다 싶은 소스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사람을 주위에 잘 두고 이런 얘기들이 그 삶 속에서 녹아나긴 했지만, 친절한 설명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그냥 일방적으로 쏟아내서 날더라 어쩌라는 거냐는 느낌 정도만 남았다. 글투도 빠르고 문장도 짧고 해서 심심할 때 읽기는 좋은 책이나 소장용은 아닌 듯. 동생 말대로 요리할 때가 더 멋있고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