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꿈꾸다 - 이종수 지음/하늘재 |
고구려 벽화는 감상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역사적 유산에 대한 경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저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기 보다는 "당시에 어떻게, 와 대단해, 정말 아름답죠?" 는 강요아닌 강요를 받아왔다. 벽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박물관에서 보는 것이기에 이러한 접근은 당연한 것이다. 근데 좀 어렵다. 고분의 변천사와 동시에 벽화의 변천사를 꿰뚫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엔 좀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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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이야기도 하고 고분이야기도 하고 역사 이야기를 하지만 쉽게 읽힌다. 역사적 흐름을 꼼꼼하게 짚는다기다는 벽화를 테마별로 엮어 관련 벽화에 이런 모습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그림 자체에 주목한다. 벽화에 배치된 인물의 모습, 배경의 구성 등을 세세히 설명하게 왜 이런 그림이 되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진다. 아마도 벽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마치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덧붙이는 이야기 같다. '호랑이가 있었어요.'라는 문장이 있으면 단지 그것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얼룩덜룩 줄무늬의 호랑이가 소나무와 수풀이 무거진, 아름다운 초록에 가득한 숲 속에 날아갈듯한 기상으로 달리고 있었어요.'라고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냥 벽화만 있고 일반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면 보지 못했을 벽화의 모습을 글쓴이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아, 이런 점도 있구나' 하고 깨닫고 되고 그래서 벽화가 이렇게 변하였고 이래서 아름답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된다.
사실 좀 뻔하고 재미없는 역사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쓴이의 섬세한 관찰과 친절한 설명, 벽화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려 벽화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하고 진짜 애정이 생기게 한다. 또 뒷부분에 서머리처럼 고분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어서 정보적인 측면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좋다.
벽화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준 책. 앞으로 박물관에서 벽화를 보게 되면 참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미술이랑 친해진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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