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
착하고 좋은 사람과는 거리가 먼 올리브 키터리지. 처음 헨리 키터리지의 이야기에서부터 만난 그녀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좋은 얘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남에게 친절한 사람도 아니며,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는 있지만 스스로의 문제에 전전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나쁘거나 못된 마음에 그러는 것도 아니다. 교사이자 어머니로서 우리가 그리는 이상의 희생 정신과 참됨으로 가득한 사람은 아니고, 사이코같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속이 좋은 건 아니다. 그녀는 왜 사람들이 그러는지, 왜 내가 상처받아야하는지, 이런 게 상처인데 왜 몰라주는지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그녀의 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불행이 혼자만의 것임이 아님을 인정받기 위해 애쓴다.
난 참 완벽한 엄마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겐 완벽한 엄마이다. 자식에게 희생정신이 가지고 있으면서 자식을 구속하지 않는 엄마. 우리 엄마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절대 그런 엄마가 될 생각이 없다. 내가 엄마가 되면 올리브 키터리지같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난 내가 중요하고 그래서 이런 엄마를 갖게 될 내 아이는 운이 별로 없는 편에 속할 것 같다.
올리브는 교사로써도 마찬가지. 교사와 부모는 학생 혹은 자녀에게 있어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며 그래서 엄격한 능력이 요구된다.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생각해보면 현실에는 이런 부모도 이런 선생도 있다. 올리브 뿐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역시 그렇다. 아닌척 하는 속내가 어느 순간 드러나고 비틀거리는 모습들. 재미있는 건 좋은 모습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데, 따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뚤어져 있기는 해도 사랑이 있다는 점은 유효해서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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