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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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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 이야기]블랙유머와 도시의 현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민음사 고골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이 책에도 실린 [외투] 이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 작품이 없다. 우리가 흔히 러시아 작가하면 생각나는 이름도 어려운 토스토예프스키나 거장 톨스토이에 비하면 고골은 알듯말듯한 작가이다. 이름도 알고 유명한데, 그래서 작품이 뭐였지 하는... 책 뒷편에 실린 작품 해설에 고골의 연대기와 함께 인생사도 짧게 실려있었는데,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 다이나믹하다.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쓰듯 작품을 썼던 것을 아닐까 추측한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실린 총 5편의 단편은 모두 도시에서 소외되어 있는 군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또 하나 우화인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구성을 하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
[맥베스]피와 권력과 고뇌 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민음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햄릿말고는 원작은 읽은 게 없다. 고전이라는 게 대부분 내용은 아나 원작을 접한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도 다른 작품들은 공연으로라도 본 적이 있었는데, 맥베스는 어딘선가 대충 내용만 들어 아는 정도였다. 원작으로 접하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감있는 전개와 응축적 표현과 긴장감 넘치는 흐름으로 단박에 빠져들었다. 은유적 표현이 많아서 각주를 읽으라 자꾸 흐름이 끊겨서 연달아 2독을 했더니 전체그림이 잡힌다. 무대 공연을 바탕으로 한 글이기에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대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어둡고 좁은 무대, 화려한 조명 대신 핀 조명 하나가 맥베스에 집중하는 무대가 떠오른다. 꼭 공연으로 ..
[인생의 베일] 인생의 베일 -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사랑은 항상 좋은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튕기는 여자가 인기있는 거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우리 삶 주위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키티과 월터는 그런 관계였다. 머리가 비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지만 월터는 키티을 사랑한다. 야망도 없고 별로 멋진 몸은 아니지만 사람 괜찮은 월터이지만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허영심 가득한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키티는 타운샌드를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건 이성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인생의 뒤흔들만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제길할 사랑, 사랑이다. 사랑 혹은 남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했던 키티는 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민음사 초콜릿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유혹의 다른 이름이며,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카카오 특유의 풍미와 중독성, 달콤함 속에 숨겨진 마력.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면 초콜릿은 지금처럼 매력있는 음식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뒷맛을 남는 쌉싸름함. 우리는 도리어 그 쌉싸름함을 잊지 못한다. 요리와 사랑, 섹스, 욕망이 뒤트러져 섞여있는 이 소설은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진 스프처럼 우리를 요리한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전통, 그녀를 사랑하기에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 딸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한편으로 부정을 저지른 어머니, 열정을 주체못하는 언니, 엄마의 욕망만을 배운 언니. 그 책에..
[이성과 감정]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민음사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고책을 사다보니 내 의지보다는 우연에 의해 책을 사게되는데, 이렇게 읽게되는 책은 이것대로 즐겁다.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성과 감정이 나왔기에 얼른 구매. 음...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좀 더 거친 느낌의 문장과 심플한 감정선에서 좀 차이가 난다. 연애와 결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랑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각종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그런 문제를 현명하게 돌파해야 잘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혼은 개인이 사회와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는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 가정의 문제들이 확실히 드러나기도 하고, 개인의 성향과 성격이 명확히 밝혀진다. 시대는 다르지만 막상 닥치는 문..
[다섯째 아이]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민음사 처음에는 너무 행복해 죽을 거 같은 이야기만 나와서 무슨 소설이 갈등도 없이 행복하기만 하나 했더니 다섯째 아이의 등장으로 상황 급변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냐고 끝까지 읽어도 잘 나오질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다 흐리는 것처럼 잉태의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던 존재. 그래서 그 존재를 없애려고도 한다. 그렇게 찾은 안정과 평화. 어딘지 불편하다. 다시 데려온다. 계속 불편하다. 그리고 모두 흩어진다. 나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는 타고난 악인가. 그런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도 뭔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고 도덕적으로 완성된 결론을 요구했다. 그냥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개과천선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게 아니다. 우리의 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