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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맥베스]피와 권력과 고뇌

맥베스 - 8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민음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햄릿말고는 원작은 읽은 게 없다. 고전이라는 게 대부분 내용은 아나 원작을 접한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도 다른 작품들은 공연으로라도 본 적이 있었는데, 맥베스는 어딘선가 대충 내용만 들어 아는 정도였다. 원작으로 접하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감있는 전개와 응축적 표현과 긴장감 넘치는 흐름으로 단박에 빠져들었다. 은유적 표현이 많아서 각주를 읽으라 자꾸 흐름이 끊겨서 연달아 2독을 했더니 전체그림이 잡힌다. 무대 공연을 바탕으로 한 글이기에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대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어둡고 좁은 무대, 화려한 조명 대신 핀 조명 하나가 맥베스에 집중하는 무대가 떠오른다. 꼭 공연으로 한번 보고 싶다. 

 

항상 비난할 수 밖에 없는 선택, 누가 봐도 惡인 선택을 하는 맥베스이기에 "이런 몹쓸 놈"이라고 욕하고 싶지만, 권력을 탐하여 피를 부르고, 또 지키기 위해 피를 보면서도 그를 맹렬히 비난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뉴스나 역사 책에서 봤으면 고민없이 비난하겠지만, 그 선택 전의 망설임과 고민, 선택 뒤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안고 고뇌하는 모습은, 인간은 선인가 악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지지하지만, 살면서 깨닫는 건 과연 객관적으로 옳은 일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하는 것인가. 옳은 일이라는 건 결국 나에게 옳은 일인가, 남에게 옳은 일인가의 선택일 수 있다. 맥베스의 선택은 매우 극단적이고 비극적이며 또한 그에게"만" 옳은 일이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 뒤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은 선악의 선택 뒤에 힘들어하는 인간의 전형이기도 하다. 마치 처음 거짓말을 하고 이것이 들통날까 벌벌떠는 어린아이같다. 우리가 결국 악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우리 속에 있는 선은 그 선택을 비난하기에 우리는 괴로워한다. 결국 그에게만 옳은 일도 아니었다. 유혹에 빠져 악을 택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선을 버리지 못하기에 사람인 것 같다.

 

고전이라는 말답게 반전없이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대사에 드러나는 심리 묘사와 빠른 전개, 또 여러 인물들의 다른 표현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진짜 공연으로 보고 싶다. 공연한다는 소식 들리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