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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 6점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민음사

연극으로 두 번 정도 본 적이 있다. 두 명의 남자가 계속 고도를 기다리며 이상한 짓을 하고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어디를 가지도 않고 고도를 기다렸다. 보는 내내 '그래서 고도가 오는거야?'라는 생각과 '고도가 뭐야?'라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 도대체 뭔데 도대체 며칠인지 모르는 시간을 눈에 보이게 '낭비'하며 기다리는가. 극이 끝났을 때도 끝난 것 같지 않았고 찜찜한 기분으로 박수를 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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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스토리는 알았지만 희곡으로 보는 것과 연극으로 보는 것은 집중도가 다르니까 라며 읽기 시작했다. 연극은 아무래도 배우, 연출, 무대 등 여러가지 신경쓸 것들이 많지만 희곡은 스토리와 상상력만으로 극을 그릴 수 있는 점에서 대사가 갖는 의미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내용을 알았기에 처음에 읽을까 말까 겁내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다.

연극을 볼 때는 '고도'에 집중했다면 희곡을 읽는 동안은 '왜' 기다리는가와 기다리는 동안은 그들은 '무엇을' 하는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어느 것도 똑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포조와 럭키. 그들의 행동과 대화는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는 나를 바보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그냥 고도를 기다리는 거고 포조와 럭키는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고도는 오지 않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죽지 않고, 포조와 럭키는 또 그렇게 그들을 지나갈 것이고 고도를 기다린다. 삶의 변주는 있어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그 변주가 삶인데 결론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안달해 하는 게 사람이다.

몇번을 읽는다고 해도 '그래서 뭐, 뭐야' 라는 반응을 계속하겠지만 가끔은 읽고 싶어질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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