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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빅 픽처]완전히 다른 삶, 그것 또한 욕망

빅 픽처 - 8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언제부터 내 책장에 있었던 걸까? 한 일년? 최소 몇달. 항상 책을 한꺼번에 사다보니 내가 고를 법 하지 않은 책을 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왜 샀는지 기억안난다. 그러던 요 몇 주, 지하철을 타고다니는 동안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정말 여럿 발견했다. 베스트셀러여서 샀는지 모르겠다. 이유가 어찌됐던 몇달동안 처박혀있다가, 지하철 여행이 긴 날 필요할만큼의 두께감때문에 드디어 책장을 벗어나 내 손에 잡힌 책. 역시 잘 팔리는 책 답게 스피디한 전개, 뒤가 궁금할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나를 휙 잡아 끈다. 꼭꼭 씹어서 잘 삼켜야할 현미같은 책이 있다면 이 책은 빅 맥의 한정판같다. 발상이랑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빨리 읽기에 부담없을 정도로 익숙한 전개방식에 쓱쓱 읽힌다. 잘팔리는 영미권 소설 특유의 감성과 문체, 표현을 아주 잘 버무려놓았지만, 독특한 발상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이 좋다.

 

전혀 다른 삶, 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라마틱하게 터치해서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삶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버렸다면서 원래는 내가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며 산다. 실제로 그런 푸념도 많이 하고. 나도 그랬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과거의 나를 완전히, 절대적으로 완전히 버려야만 한다면? 그러기 위해서 큰 죄책감도 하나 플러스. 하지만 새로운 나는 그동안 계속 꿈꿔왔던 일을 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보통의 사람에게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적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도 없지는 않겠다 싶다. 왠지 미국같은 데는 더욱 더. 괜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살살 건드리면서, 이 삶 역시 일시적인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끝까지 놓지 않는 구성이 흥미진진했던 소설이다. 재미있는 영화처럼 스르륵 읽으며 반전을 즐기기에 괜찮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