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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그림으로 보는 독서의 역사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6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구매했다. 하지만 큰 기대없이 단순히 책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미술사를 "책"이라는 시선을 통해 친근하게 접근한 줄만 알았던 이 책은 내 예상보다는 훨씬 심오했다.

 

내가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독서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국사나 세계사 시계의 활자의 등장, 인쇄법의 등장은 역사적 전환기로 다뤄지며, "한글날"을 다시 빨간날이 된 걸 보면 독서는 인류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독서"만"의 역사적 독립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독서"에 대한 역사를 논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리 내서 읽는 독서에서 속으로 읽는 독서로, 노예의 일에서 상류층의 유희, 그리고 상류층의 권력에서 다시 서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독서는 그저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식의 독서 교육을 받아온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였다. 우리는 독서에 대해 관대를 넘어 권장을 하고 있는 시대이며, 글자도 모르는 갓난아기에게도 그림책을 안겨줄만큼 독서를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책이 우리 품에 오기까지는 지금의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 못지 않은 비난을 거쳤으며, 특히 여성에게 독서는 더욱 금기시되었다는 사실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지 독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당대의 시대상을 당시에 그려진 그림으로 볼 수 있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13세기의 그림에서 21세기의 그림 속 여자와 책의 모습의 변화를 다른 지역의,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며 읽어낼 수 있는 점이 또 다른 즐거움. 독서의 역사 속에 여성의 역사, 그림의 역사와 당시 화가들의 취향과 개성, 유행을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정체성을 잃은 듯한 구성이다. 차라리 지적인 사실과 에피소드를 더 강조하고 그림을 개별설명과 함께 담기보다는 참고자료처럼 실는 편이 현재보다 더 함축적이며 집중력있을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의 구성은 "책에 대한 그림"을 총정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림자료만으로도 유용한 가치가 있다.

 

그림도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나에게 그림으로 보는 독서의 역사를 보여준 이 책은 "아하, 오호, 이랬구나"를 반복하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긴 하다.

 

[책 속에서]

(중략)"가정은 험한 외부 세계에 대항해 개인에게 안전과 쾌적함을 제공하고 지친 가정에 영혼의 안식을 제공하는 최후의 안식처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가정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가사를 전담하는 여자는 여전히 가장의 의지에 따라서 행동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절대권을 지닌 가장은 실용성만을 생각하는 건실한 시민 계층이었다. 이런 가장의 성향과 취미는 여자의 독서 양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이 보기에 실용성이 없는 독서란 모두 시간 낭비이고 게으름뱅이나 하는 나쁜 습관이었다. 그러므로 그런 가장에게 자녀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전혀 칭찬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은 다독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간수했으며, 자녀들이 그 같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상당히 신경을 썼다.

  세르반데스의 소설 <돈 키호테>가 책 중독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예를 제공해준다. 돈 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는 것 때문에 현실과 연결된 모든 고리를 상실하고 소설과 현실을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게 된다. 또한 독서의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1774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들 수 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 열품이 유럽을 휩쓸게 되자 사람들은 문학의 유용성과 해악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이처럼 격렬한 논쟁은 오늘날 폭력적 컴퓨터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