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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살랑, 옷깃을 스치는 감성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8점
이병률 지음/달

 

나는 참 느린 사람이다. 항상 트렌디하고 싶어하지만, 항상 한발짝 느리고, 한발짝 내딛었다 싶으면 어느새 저만치 앞선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어, 또 늦었네. 책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는 이병률 작가의 책, 처음 읽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접한 적은 없는, 그리고 알았다. 또 한발짝 늦었네.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겠다. 이런 감성적인 글, 하지만 허세보다는 진정성이 있는 글은 만나기 쉽지 않다.

 

지금 나는, 여행이 하고싶은 건지 사랑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잠시 방황했던, 겉으로는 그래보이진 않았겠지만, 나의 영혼은 제자리에 안착시키기로 하고 나서 여행을 좋아했던 건가 잠시의 현실도피를 즐겼던 건가 혼란스럽다. 그 답보다 중요한 건 그런 마음 덕택에 조금은 떠돎을 느꼈고 그를 통해 정말 떠도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겉모습이 방황이든 안정이든 속에 담긴 영혼의 방황은 다른 문제였다. 굳건한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고른 것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행복함에 대해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했고 나는 방황을 멈췄고, 그래서 자유롭다. 나는 여행도 하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다. 여행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싶고 또 그리운 이와 함께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고 싶다. 내 이런 느낌과 이 책의 이야기는 닮은 기분이었다. 길게 깊게 담은 감성과 여행지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중히 소중히 품어낸 생각이 막 올려낸 솜사탕처럼 풍성하다. 달고 아름답고 그리고 조금은 환상적인 이야기. 이 책의 글은 도심에 안주하고 있지만 방황하는 영혼을 가진 요즘의 우리들에게 잠깐의 신기루처럼, 그리고 영원한 우물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밑줄긋기>

 

1# 심장이 시켰다

시간을 럭셔리하게 쓰는 자,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나에게도 여행은 시간을 버리거나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여행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 것이다

 

3# 작은 방을 올려다보았다

"거기 한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어쩌면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말이 생각나는걸까. 그 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걸까.

 

9# 사랑의 냄새

나는 냄새라는 말이 좋다. 샴푸 냄새가 좋아요, 라고 했는데 그건 냄새가 아니라 향이라고 하는 거예요, 라고 나를 가르치듯 따지는 그런 유의 사람을 나는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17#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가 있다면

 

당신 앞에서 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