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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의 시간

[GO]

GO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몇 년전에 영화로 봤던 작품. 영화화된 작품들은 태생적으로 영화와 원작 중 뭐가 낫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작품은 드문 케이스로 둘다 좋고, 둘이 표현하는 감성이 거의 비슷해서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생기있고 통통 튀는 주인공과 그 주위를 둘러싼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에다 하염없이 빠져드는 첫사랑. 개인적으로 영화에 폭력적이거나 피가 난무하는 건 징그럽고 무서워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GO는 예외로 '스기하라 멋지다', '남자라면 저 정도 박력'이라며 흥분했던 거 같다. 사실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정당성에는 물음표 백만개이지만, 그것을 통해 발산되는 그의 박력과 젊음이 가져오는 열기에 매혹당한다. 책 읽으면서도 감성에 너무 공감해서 지하철에서 울뻔했다(*개인적으로 최근 감정 과다 상태라 오바일 수 있음을 알려드림). 사실 더 멋진 건 그 아버지.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버지와 스기하라의 대결을 보고 싶다. 주인공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물들까지 생기넘치게 묘사되서 인물이 가지는 개성과 매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재일조선인 문제가 핵심은 아니지만 소설을 흐르고 도는 중요한 배경으로 읽으면서 내가 봤던 어떤 자료보다 그들의 상황과 심정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대학 때 수업들으면서 알게 된 게 다긴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무관심하지만 사실 재일조선인 문제는 꽤 심각한 거 같다. 수업 들을 때, 나중에 나이들면 그쪽으로 공부나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었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오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문제인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하니까 그게 좀 안타까울 따름.
  그렇다고 무겁거나 어두운 소설은 전혀전혀 아니고 밝고 생기넘치고 그 안에서 생동감에 살아 숨쉬는 스기하라의 십대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멋진 근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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