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민음사 |
처음에는 너무 행복해 죽을 거 같은 이야기만 나와서 무슨 소설이 갈등도 없이 행복하기만 하나 했더니 다섯째 아이의 등장으로 상황 급변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냐고 끝까지 읽어도 잘 나오질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다 흐리는 것처럼 잉태의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던 존재. 그래서 그 존재를 없애려고도 한다. 그렇게 찾은 안정과 평화. 어딘지 불편하다. 다시 데려온다. 계속 불편하다. 그리고 모두 흩어진다.
나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는 타고난 악인가. 그런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도 뭔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고 도덕적으로 완성된 결론을 요구했다. 그냥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개과천선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게 아니다. 우리의 삶이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닌 것처럼 모두 개과천선할 수도 없고, 처음부터 그럴 수 없는 존재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없다. 그냥 그는 그런 존재일뿐이니까.
정초벽두부터 읽어서 어울릴만한 소설은 아니긴 했다.